미국 내 전기차 수요 둔화에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북미 전략 급선회
2028년 가동 목표였던 올리스턴 공장 무산 위기… 작년 ‘2년 연기’ 발표 후 결국 중단
멜라니 졸리 산업부 장관 “미국 관세 및 정책 변화가 자동차 업계에 실질적 압박”
[Youtube @CountyofSimcoe캡처]
(캐나다)
전기차 시장의 한파, 혼다의 ‘150억 달러 베팅’을 멈춰 세우다
캐나다 자동차 산업의 장밋빛 미래로 주목받았던 혼다 자동차의 150억 달러 규모 전기차(EV) 전용 공장 건설 계획이 전격 중단됐다. 5일 니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혼다는 최근 미국 시장 내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더디게 성장함에 따라 하이브리드 차량을 북미 전략의 핵심으로 재설정하고 캐나다 EV 공장 건설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
당초 혼다는 온타리오주 올리스턴에 대규모 배터리 및 전기차 조립 공장을 세워 이르면 2028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혼다 측은 거액의 자본이 투입되는 전기차 전용 라인보다는 수익성이 검증된 하이브리드 모델에 집중하는 ‘실리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혼다 캐나다 측은 이번 보도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발표할 내용이 없다"며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미국 정책 변화와 관세 장벽이 부른 ‘북미 공급망의 균열’
이번 결정은 단순히 수요 부족 때문만이 아니라, 급변하는 북미 정치·경제 지형의 산물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부 장관실은 "미국의 관세 정책과 국내 정책 변화가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게 실질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외부 요인이 EV 및 배터리 프로젝트의 지연이나 규모 축소를 촉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혼다는 이미 지난해 5월, 해당 프로젝트를 2년 뒤로 연기한다고 발표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당시 미베 도시히로 혼다 CEO는 "2년 뒤 시장 상황을 면밀히 관찰한 후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언급했으나, 1년이 지난 지금 결국 '중단'이라는 더 강도 높은 조치를 선택한 셈이다. 이는 전기차 전환 속도를 조절하려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공통된 움직임과도 궤를 같이한다.
캐나다 자동차 산업의 시련, ‘장기적 경쟁력’ 확보가 관건
혼다의 이번 결정은 캐나다를 글로벌 EV 공급망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연방 정부의 구상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정부는 미국발 관세 압박을 완화하고 기존 내연기관 및 연료 효율적 차량의 생산을 유지하며 산업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지만, 150억 달러라는 상징적인 투자가 흔들리면서 지역 경제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혼다의 사례가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입을 모은다. 고금리와 보조금 축소 등으로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이 드는 설비 투자를 계속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캐나다 자동차 산업이 이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제조산업 확대 및 공장 유치를 넘어, 급변하는 글로벌 정책과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산업 형태와 구조 변화 및 고도의 전략적 방어막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