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 정부 ‘정신질환 조력사망’ 확대 갈림길

본문 바로가기
토론토 중앙일보
뉴스 정치·정책 카니 정부 ‘정신질환 조력사망’ 확대 갈림길
정치·정책

카니 정부 ‘정신질환 조력사망’ 확대 갈림길

“의회 검토 결과가 우선” 신중론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0
정신질환 단독 사유 조력사망(MAID) 허용 여부에 대해 카니 행정부 "입장 표명은 시기상조"
의대 정신과 수석 교수 16인, "자살 예방 노력 무력화 및 예방 가능한 죽음 초래" 우려하며 무기한 중단 촉구
의회 위원회 권고안 몇 주 내 발표 예정… ‘내년 3월 시행’ 대 ‘중단’ 사이에서 고심
[션 프레이저 법무장관. Youtube @cpac캡처]
[션 프레이저 법무장관. Youtube @cpac캡처]
(캐나다)
캐나다에서 정신질환만을 사유로 한 조력사망(MAID) 허용 시점이 다가오면서 이를 중단하라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마크 카니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의회 위원회의 검토가 마무리될 때까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6일 션 프레이저 법무장관은 오타와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구성된 위원회가 연구를 마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 먼저"라며 "위원회에서 나올 다양한 시각이 정부의 최종 결정에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위원회가 확대를 일시 중단하라고 권고할 경우 정부가 이를 수용하는 입법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한 공식 답변으로 풀이된다.

의학계 “치유 가능한 환자 죽음 내몰 수 있어”… 보수당 “확대 절대 불가”

현재 캐나다의 조력사망법은 정신질환이 유일한 원인인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마련된 일몰 조항에 따라 2027년 3월부터는 그 범위가 확대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캐나다 주요 의대 정신과 책임자 16명은 공동 서한을 통해 "정신질환의 완치 불가능 여부에 대한 합의가 없고 안전장치도 미비하다"며 무기한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마크 카니 총리 역시 이날 "아직 구체적인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정보에 기반한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싶다"고 언급해 전임 트뤼도 정부가 가졌던 '확대 강행' 의지와는 다소 온도 차를 보였다. 위원회 공동 의장을 맡은 마커스 포로우스키 의원은 내년 3월 예정대로 시행하거나, 몇 년 더 유예하거나, 혹은 무기한 중단하는 세 가지 선택지가 정부 앞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생명 존엄과 자기결정권의 충돌… 카니 정부의 첫 윤리적 시험대

정신질환 단독 사유의 조력사망 확대는 단순히 의료적 절차를 넘어 캐나다 사회의 가치관을 뒤흔드는 민감한 사안이다.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죽음을 선택할 권리"라는 찬성 측과 "국가가 치료 대신 죽음을 처방하는 비극이 시작될 것"이라는 반대 측의 논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치료를 통해 나아질 수 있는 환자가 일시적인 우울감이나 경제적 빈곤으로 인해 죽음을 택하게 되는 '예방 가능한 죽음'에 대한 공포는 실재한다.

카니 총리는 그동안 경제와 통화 정책에서는 명확한 통찰력을 보여왔지만, 이처럼 복잡한 사회적·윤리적 쟁점 앞에서는 극도로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신중함’이 ‘결정 장애’로 비쳐서는 안 된다. 2027년이라는 시계는 멈추지 않고 돌아가고 있으며, 현장의 의료진과 환자들은 정부의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위원회의 권고안이 나오는 즉시, 카니 정부는 캐나다가 지향하는 복지 국가의 정의가 '고통받는 이들을 끝까지 보듬는 것'인지, 아니면 '죽음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인지에 대해 명확히 답해야 한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

※한인사회 및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사건·사고, 불합리한 관행,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제보와 취재 요청은 news@koreadailytoronto.com 으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뉴스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