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맞선 캐나다의 보복 조치로 인해 미국산 주류의 캐나다 수출이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6일 미국 증류주 협회(DISCUS)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 산하 301조 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미국 주류의 캐나다 수출은 전년 대비 무려 63%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 스웡거(Chris Swonger) 협회장은 "관세의 위협만으로도 시장에 불확실성을 조성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 무역 마찰로 인해 미국 증류주 업계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판매 감소를 겪고 있으며 약 1,000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고 증언했다.
온타리오·퀘벡 등 ‘판매 전면 중단’… 주별로 상이한 대응책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캐나다 각 주 정부는 미국산 술을 매대에서 치우는 강력한 조치를 단행했다.
• 온타리오 및 퀘벡: 주정부 주류판매국(LCBO, SAQ) 매장에서 미국산 술을 완전히 철수시키고 수입을 중단했다.
• 브리티시컬럼비아(BC): 초기 특정 제품에 한정했던 금지령을 모든 미국산 주류로 확대 적용했다.
• 대서양 연안 주: 노바스코샤, PEI 등은 남은 재고를 판매하되 그 수익금을 푸드뱅크 등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 방식을 택했다.
• 앨버타 및 서스캐처원: 초기 제한 조치를 취했으나 이후 판매를 재개했다. 다만, 소비자들에게 캐나다산 제품 구매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캐나다의 조치에 우려를 표하며 미국산 주류의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시장 복귀를 요구하고 있으나, 캐나다 측의 입장은 완강하다. 더그 포드(Doug Ford) 온타리오 주수상은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을 믿을 수 없다"며 미국이 관세를 철폐하고 USMCA(북미자유무역협정)가 갱신되기 전까지는 미국산 술을 다시 들여올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술잔 속에 담긴 무역 전쟁의 쓴맛… 자국 우선주의가 부른 참사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해묵은 ‘형제애’가 관세라는 날 선 칼날 앞에 무너지고 있다. 술을 팔지 못하는 경제적 손실을 넘어, 이번 사태는 양국 경제의 상호 의존성이 정치적 논리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특히 캐나다 최대 시장인 온타리오와 퀘벡의 강경한 태도는 북미 무역 질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올해로 예정된 CUSMA 검토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할 전망이다. 술로 시작된 이번 갈등이 자동차, 낙농업 등 산업 전반으로 번질 경우 그 피해는 양국 소비자 모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미국 술은 미국이 관세를 뺄 때만 돌아올 것"이라는 포드 주수상의 발언은 단순한 으름장이 아니라, 2026년 북미 무역의 고난을 예고하는 서막과도 같다. 이제 양국은 술잔을 부딪치던 동반자에서 상대의 약점을 노리는 냉혹한 협상가로 마주 서게 됐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