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캐나다 온타리오주 주택 시장에 '강제 매각'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대출금을 감당하지 못한 금융기관이 소유권을 행사해 강제로 집을 파는
‘파워 오브 세일(Power of Sale)’ 매물이 하룻밤 사이 수백 건씩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공개된 수치가 실제 사태의 25~30%에 불과한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고 경고한다.
부동산 리스팅 데이터베이스(IDX/VOW) 분석 결과, 지난 4월 한 달간 온타리오에서 선언된 강제 매각 사례는 300건을 넘어섰다. 이는 부동산 가격이 정점을 찍었던 2022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집값이 최고점 대비 20% 이상 폭락하면서,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다 갚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주택’ 소유주들이 퇴로를 찾지 못하고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분양권 입주 포기 속출… 사금융권 대출 비중 70% 달해
현재 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는 팬데믹 기간 중 최고가에 분양권을 사들인 콘도 구매자들과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다 쓴 투자자들이다. 인솔벤시 수탁기관 '스퍼겔(Spergel)'의 그레이엄 해밀턴은 "신규 분양 콘도 구매자 5명 중 1명은 현재 잔금을 치르지 못해 입주를 포기하는 실정"이라며 "실직이나 가계 부채 증가로 인해 월 모기지 상환이 불가능해진 사례가 매주 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시중 은행보다 규제가 덜하고 금리가 높은 사금융(Private Lending) 및 대안 대출 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전체 강제 매각 매물의 약 3분의 2가 사금융권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들은 자산 가치 하락에 민감하게 반응해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더 공격적으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시중 은행권 또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캐나다 은행 협회(CBA) 자료에 따르면 3개월 이상 모기지 연체율은 지난 2월 0.30%를 기록하며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브램튼·마컴 등 외곽 지역도 직격탄… 파산 신청 확산 우려
지역별로는 토론토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브램튼과 마컴 등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브램튼의 경우 단독 주택 신규 분양 시장에서 입주 불능 사례가 속출하고 있으며, 투자 목적으로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했던 이들은 임대 수익보다 높은 이자 비용을 견디지 못해 파멸적인 금융적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파워 오브 세일 절차가 진행될 경우, 금융기관은 대출 원금을 회수하기 위해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라도 집을 처분하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매각 대금과 대출 잔액 사이의 차액은 오롯이 원래 집주인의 빚으로 남게 되며, 이를 갚지 못할 경우 결국 개인 파산(Bankruptcy)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치가 반등하지 않는 한, 이러한 강제 매각 행렬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너지는 주택 사다리와 가계 부채의 한계점
현재 온타리오 주택 시장에서 벌어지는 강제 매각의 급증은 단순한 경기 순환의 문제가 아닌, 저금리 시대에 쌓아 올린 가계 부채의 둑이 터지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위험 신호다.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위해 무리하게 빚을 냈던 서민들이 고금리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삶의 터전을 잃는 광경은 캐나다 사회 전반에 깊은 상흔을 남기고 있다.
특히 제1금융권이 아닌 사금융으로 밀려난 취약 계층부터 무너지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와 금융 당국은 연체율 지표 관리뿐만 아니라, 입주 불능 상태에 빠진 수많은 실수요자를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고민해야 한다. 주택 가격의 하락이 매수자들에게는 기회일 수 있으나, 그 이면에는 전 재산을 잃고 파산의 늪으로 빠져드는 이웃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의 '퍼펙트 스톰'이 대규모 파산 대란으로 번지지 않도록 보다 세밀한 금융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