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과 이란 간의 분쟁 종식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뉴욕 증시는 이에 반응해 사상 최고치 수준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7일 오전 뉴욕 증시에서 S&P 500 지수는 전날 세운 사상 최고치를 넘어 장 초반 0.1% 추가 상승했으며,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93포인트 오르며 시장의 낙관론을 뒷받침했다.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페르시아만 원유 수송로의 재개 여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포함한 협상이 결렬될 경우 추가 폭격을 가하겠다고 경고한 가운데, 이란 측이 미국의 제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긴장 완화 기대감이 커졌다. 이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3.23달러 하락한 91.85달러를 기록했고, 브렌트유 역시 3.30달러 내린 97.97달러에 거래되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소 완화시켰다.
기업 실적 희비… 맥도날드·도어대시 ‘웃고’ 월풀 ‘울고’
불안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미국 주요 기업들의 2026년 1분기 실적 호조가 증시를 견인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신제품 출시와 가성비 전략이 적중하며 판매량이 예상을 상회, 주가가 4.5% 상승했다. 음식 배달 업체 도어대시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3% 급증하며 수익성이 개선되었다는 발표에 주가가 10% 이상 폭등했다.
반면, 가전업체 월풀은 전쟁으로 인한 거시경제 악화와 원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으며 주가가 18% 폭락했다. 월풀 측은 수익성 회복을 위해 일부 제품 가격을 최소 10% 이상 인상하겠다는 고육책을 내놓았다. 이는 전쟁 여파가 에너지 가격을 넘어 일반 소비재 가계 경제에도 실질적인 부담으로 전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아시아 증시 ‘AI 거품’ 논란 속 신기록 행진
아시아 시장 역시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일본의 니케이 225 지수는 '골든 위크' 휴장 이후 첫 거래일에서 6% 가까이 폭등하며 63,086선이라는 역사적 고점을 찍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도쿄 일렉트론 등 반도체 관련주가 급등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으나, 일각에서는 특정 섹터에 쏠린 매수세를 두고 'AI 버블'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국의 코스피(Kospi) 또한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7,490선에 안착했고, 대만 증시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의 강세에 힘입어 1.9% 상승했다. 유럽 시장 역시 독일과 프랑스 증시가 소폭 상승세를 유지하며 글로벌 금융 시장 전반에 퍼진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했다.
안개 속의 평화 협상과 시장의 조심스러운 낙관
현재 금융 시장이 보여주는 지수 상승은 전쟁 종식과 에너지 공급 정상화라는 '장밋빛 전망'에 선제적으로 반응한 결과다. 유가 하락은 생산 비용 감소와 인플레이션 억제로 이어져 전 세계 경제에 강력한 호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 사이의 협상이 최종 타결되기 전까지는 변동성이 여전하며, 실제 해상 봉쇄가 해제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기업들이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월풀의 사례처럼 급격한 거시경제 변화를 견디지 못하는 업종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신호다. 토론토와 쏜힐 등 현지 경제 역시 국제 유가와 금리 향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뉴스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점검해야 한다. 거품 논란이 일고 있는 AI 관련주와 실질적인 실적 기반의 가치주 사이에서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news@koreadailytoron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