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열심히 전쟁터를 뛰어다니는 당신, 먼발치 수풀에서 움직임을 발견했다. 가까이 가보니, 웬걸, 사람이 아니라 사족보행 로봇개다. 초소형 AI 드론 폭탄을 꺼내 위치 정보를 입력하니, 폭탄이 알아서 날아가 로봇 개를 타격했다.
공상과학 소설처럼 들리지만, 먼 미래 모습은 아니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스스로 움직이는 똑똑한 로봇 개, AI 드론이 사람과 함께 전장을 누비는 ‘전우’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스스로 판단해 사람을 죽이는 AI 킬러 로봇이 언젠가 인류의 존망을 위협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까지 나오는 상황. 사람을 위해 만든 AI가 사람을 해치는 일 벌어질까.
AI 기술은 저렴한 휴대용 유도탄부터 전장의 사령관 역할까지 담당하며 오늘날의 전쟁터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값싼 400~500달러(약 55만~69만원) 드론에 AI 기술을 탑재해 100㎞ 밖 러시아 군사시설을 타격하고 있다. 이들이 자체 개발한 AI 모델 ‘GIS 아르타’는 전쟁터에서 발견한 적군을 어느 부대가 어떻게 포격할지 최적의 경로와 사거리 등을 기반으로 판단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스라엘군도 하마스군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가스펠’ ‘라벤더’ 등 다양한 AI 모델을 사용한다.
전쟁의 양상을 바꾸는 AI 기술은 어느 날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난 게 아니다. 1970년대 유도미사일에 적용된 기술에도, 2010년대 미군이 사용한 미 팔란티어사(社)의 플랫폼 ‘파운드리’와 ‘고담’에도 AI가 들어간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기술과 소프트웨어(SW) 기술이 발달하며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파괴력을 지니게 됐다. AI 군사로봇 전문가인 서영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무는 “알고리즘의 비약적 발전, 범용 GPU(그래픽처리장치) 개발 등 원천 기술 발전과 맞물려 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군사 기술에 적용되는 AI 기술이 발달할수록, AI가 스스로 판단해 사람을 공격할 위험성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물리학자 줄리어스 오펜하이머 박사가 핵무기를 개발한 뒤 인류의 역사를 뒤바꾼 것처럼, 사람을 해치는 AI 기술이 개발되는 ‘오펜하이머 모먼트’가 나오진 않을지 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 앞에 그 누구도 미래를 예측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전쟁이 과거보다 더 쉬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창익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사이버안보연구소장)는 “군대 자율무기 체계가 본격화되면 사람의 비중이 축소되는 탓에 각국 지도자가 전쟁을 일으키는 것도 쉬워지고, 반대로 사람이 죽지 않으니 반대 여론도 비교적 잠잠해 전쟁을 끝내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군사 AI 기술 경쟁에서 어느 나라가 승리할까. 군사 분야 선진국인 미국, 그의 뒤를 쫓는 중국, 그리고 최근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첨단 AI 기술을 가감 없이 보여준 이스라엘 등 강대국 사이에서 한국의 AI 기술력 확보 또한 매우 중요해졌다. AI 킬러 로봇은 정말 국가 간 군사력 경쟁 판을 뒤집을 수 있을까. 로봇과 로봇이 싸우는 ‘무인전쟁’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한국은 AI 군비 경쟁에서 어느정도 위치를 점유하고 있을까. AI와 군사기술이 결합한 미래의 모든 요소를 면밀하게 분석했다.
토론토중앙일보 (news@ck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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