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국제)
‘인공지능(AI) 버블(거품)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엔비디아가 지난 3분기(8~10월) 84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매출액을 발표하며 시장의 불안을 단숨에 진정시켰다. 실적 발표 직후 글로벌 증시에서 AI 관련주가 일제히 상승하면서 엔비디아가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중동 시장에 AI 칩 수출을 허용함으로써 엔비디아의 AI 낙관론에 힘을 보탰다.
19일(현지시간) AI 대장주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 570억1000만 달러(약 83조7000억원), 영업이익 377억5000만 달러(55조4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모두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 주당 순이익(EPS)은 1.3달러(1909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LSEG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매출 549억2000만 달러, 주당 순이익 1.25달러)를 넘어섰다.
김경진 기자 3분기 실적은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 ‘블랙웰’이 견인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블랙웰의 판매량은 차트에 표시할 수 없을 정도(off the charts)로 높다”며 “클라우드용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이미 매진된 상태”라고 말했다. 부문별로 보면 데이터센터 매출이 1년 전보다 66% 증가한 512억2000만 달러(75조2000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한다. 게임 부문은 42억7000만 달러(6조3000억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
이날 황 CEO는 직접 ‘AI 버블론’을 반박했다. 그는 “버블론 얘기가 많지만, 우리 관점에선 전혀 다르게 보인다”라며 세 가지 거대한 플랫폼 전환을 동시에 겪고 있는 점을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중앙처리장치(CPU) 기반 범용 컴퓨팅에서 GPU 기반 가속 컴퓨팅으로의 전환 ▶전통적 머신러닝에서 생성 AI로의 변화 ▶추론을 통해 자동 업무 수행이 가능한 에이전틱 AI의 등장을 꼽았다. 황 CEO는 “엔비디아의 제품은 그 어떤 가속기와도 다르다. 이 모든 단계의 컴퓨팅 수요를 하나의 아키텍처가 모두 지원한다”고 말했다.
인프라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켰다. 황 CEO는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가 외부 파이낸싱 없이 고객사인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클라우드 사업자)의 자체 현금 흐름을 통해 “완전히 충당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에서 열린 미국-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대표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엔비디아의 장밋빛 전망은 즉각 주식 시장의 훈풍으로 이어졌다. 나스닥에 상장된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정규장에서 실적 발표 기대감에 전일 종가 대비 2.85% 오른 186.52달러에 마감했다. 실적 발표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선 5% 넘게 급등해 196달러 선을 돌파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도 전날 종가 대비 4.25% 오른 10만600원에 거래를 마치며 ‘10만 전자’를 회복했다. SK하이닉스는 1.6% 오른 57만1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엔비디아 칩의 수출 대상을 강력하게 통제하던 미국 상무부에서도 엔비디아에 우호적인 결정이 나왔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아랍에미리트 국영 AI 기업인 ‘G42’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지원하는 AI 기업 ‘휴메인’에 각각 3만5000대에 달하는 첨단 AI 칩을 판매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2022년 이후 미국 정부는 중국으로 우회 수출될 가능성을 우려해 엔비디아의 H100 등 고성능 칩 수출을 강하게 통제해 왔다. 이번 승인은 국영 기업에 대한 직접 수출을 반대해 온 미국 행정부 인사들의 입장과 상반된 결정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로선 최대 7만대에 달하는 AI 칩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대중 반도체 규제 여파로 막혔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