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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T, 캐나다 중소기업의 새로운 미래?
세제 혜택과 승계 문제 해결을 위한 도입 본격화

김태형 기자 2024-09-15 0
사진출처 = 프리픽
사진출처 = 프리픽

(캐나다) 캐나다 경제에 영국의 경제 모델이 도입되는 사례는 드물지만, 직원 소유 신탁(Employee Ownership Trust, 이하 EOT)은 예외다. 2014년부터 영국에서 시행된 이 제도는 캐나다에서도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소기업 승계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6월 20일, 캐나다 정부는C-59 법안을 통과시키고 찰스 3세 국왕의 승인을 받음으로써 2024년부터 2026년까지 EOT에 대한 세제 혜택을 공식적으로 제공하게 되었다. 해당 제도가 성공적으로 운영될 경우, 추가 연장도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의 핵심은 자격을 갖춘 사업주가 자신의 회사를 직원 소유 신탁을 통해 매각할 때, 최대 1천만 달러에 해당하는 자본 이득에 대해 세금 면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이는 최고 주 세율 기준으로 약 350만 캐나다 달러에 달하는 절세 효과를 의미한다.

또한, 자본 이득 신고 시기를 10년으로 연장함으로써 세금을 연기할 수 있는 추가 절세 혜택도 제공된다. 자격 요건을 충족한 매각의 경우 매년 자본 이득의 10%만을 소득으로 신고하면 되기 때문에 세금 부담을 10년에 걸쳐 나눌 수 있다. 이는 개인에게 제공되는 125만 달러의 평생 평생 자본이득 면제(Lifetime Capital Gains Exemption, LCGE)보다 큰 혜택으로, 사업주는 EOT 면제와 LCGE를 동시에 적용해 더 큰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중소기업 승계 문제, EOT가 대안 될까
이번 제도는 단순히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캐나다 중소기업(SME)들의 승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EOT가 이를 해결할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캐나다 자영업자협회(CFIB)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76%가 2032년 이전에 사업을 매각하거나 승계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은 캐나다 전체 노동 인구의 60%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사업 승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미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업 승계를 둘러싼 문제는 자산 2조 캐나다 달러가 이동하는 상황과 맞물려, 경쟁자의 독점적 인수나 외국 기업에 대한 매각 가능성 등으로 인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직원들에게 회사를 매각하는 방식인 EOT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직원 소유 신탁(EOT)의 구조와 운영 방식
EOT는 캐나다 내 거주자가 관리하는 신탁으로, 자격을 갖춘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그 소유권을 직원들에게 이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한번 정해지면 취소할 수 없다. 기존 사업주는 자신의 자본 이득을 절세하는 동시에, 회사를 직원들이 소유하도록 하여 장기적인 사업 운영을 도모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자신의 자금을 들이지 않고 회사 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을 통해 회사를 소유하게 된다. 대출 상환 기간은 최대 15년까지 설정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직원들은 회사의 소유권을 점진적으로 확보하게 된다.

사업주는 매각과 동시에 회사 경영권을 신탁 이사회에 넘기게 되며, 이사회는 주로 회사 경영진, 독립 고문, 직원 대표들로 구성된다. 이사회는 직원들을 대신해 회사를 관리할 신탁 책임을 지며, 직원들은 직위와 근속 연수, 급여에 따라 일정 비율로 회사 소유권을 가지게 된다. 회사가 수익을 창출할 경우, 신탁은 이익을 배당 형태로 직원들에게 분배할 수 있다.

이러한 직원 소유 구조는 회사의 장기적인 이익과 직원들의 인센티브를 일치시켜 회사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영국의 Employee Ownership Knowledge Programme에 따르면, EOT 구조를 도입한 회사는 직원 수 증가 가능성이 1.5배, 이직률 감소 가능성이 1.7배, 이익 증가 가능성이 1.25배 더 높으며, 연구개발(R&D) 투자 증가 가능성도 1.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격과 유지 조건
EOT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캐나다의 소규모 법인 Canadian-Controlled Private Corporation, CCPC)의 주식 가치 90% 이상이 회사의 주요 사업에 사용되는 자산이어야 한다. 만약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회사를 정리해 자산 비율을 맞추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EOT를 통해 사업을 매각하면, 사업주는 경영권을 포기해야 하며, 매각 후에도 소유권이 특정 개인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 신탁 관리 이후에도 회사 자산 가치의 50% 이상이 사업 자산으로 유지되지 않으면 EOT 자격을 상실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자본 이득 면제 혜택이 소급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기대 효과와 향후 전망
EOT는 캐나다 중소기업들에게 새로운 승계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사업주들은 더 많은 절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주인이 되는 경험을 통해 장기적으로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동기 부여를 얻게 된다.

EOT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정착될 경우, 2026년 이후에도 추가 연장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캐나다 중소기업 환경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김태형 기자 (edit@ck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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