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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통령 출마 공언한 22살 여성 시인

최봉호 2021-01-2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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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통령 출마 공언한 22살 여성 시인 -‘어맨다 고먼’이 오르는 언덕 



 미국 대통령취임식에서 축시를 낭송하는 것은 당대 최고의 시인에게 주어지는 영예다. 축시낭송은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취임식 때부터 시작됐다. 이때‘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로 유명한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당시 86세, 1874~1963)가 처음으로 축시를 낭송했다. 


 그 후,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 취임식 때 마야 앤젤루(당시 65세), 1997년 클린턴의 두 번째 취임식에선 밀러 윌리엄스(67세),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때 엘리자베스 알렉산더(46세), 2013년 오바마 재선 취임식에서 리처드 블랭코(45세) 등이 축시를 낭송했다. 모두 민주당 대통령 취임식 때이다. 그래서 축시낭송은 지금까지 민주당엔 있고 공화당엔 없는 것이 됐다.


 지난 1월 20일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도 민주당이다. 이날 축시를 낭송한 시인은 애먼다 고먼Amanda Gorman이다. 고먼은 인종차별, 페미니즘 문제 등에 눈치 안보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흑인 여성시인이다. 그는 트럼프 취임 첫해인 2017년에‘여기에서In this place’란 시를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작품은 당시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벌인 샬러츠빌 폭동을 규탄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불법체류 청년추방 유예제도(DACA)폐지를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이다. 


 현재 22살인 고먼은 아프리카계 여성시인으로 미국 역사상 최연소로 축시를 낭송한 시인이 됐다. 아울러 고먼은 이날부터 최고 시인으로서의 영예와 인기를 한 몸에 지니게 됐다. 

그는 축시낭송 전에 자신을“노예의 후예이고 편모아래서 자란 깡마른 흑인소녀”라고 소개했다. 이 같은 그의 솔직한 고백은 그의 시에서도 거침없이 녹아내리고 있다. 고먼은 이날 우리가 오르는 언덕The Hill We Climb’이란 자작시를 약 5분간에 걸쳐 낭송했다. 작품 주제는‘갈등과 분열을 넘어 통합과 화합’이다. 바이든이 취임사에서 11번씩이나 호소한 것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그 날이 오면, 우리는 끝없는 그늘 어딘가에서 빛을 찾을 수 있는지 물을 수 있을까?"로 시작되고 있는 그의 시는 "우리는 함께하기보다 나라를 파괴하는 힘을 봤다. 그리고 그 힘은 거의 성공할 뻔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주기적으로 지연될 수 있어도 결코 영원히 패배할 수 없다"고 트럼프와 그의 추종자들의 반민주적인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우리가 미래를 바라보는 동안 역사는 우리를 바라본다.”고 경고하면서“우리에게 빛을 바라볼 용기가 있다면 빛은 언제나 거기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같이 그는‘분열을 극복하고 희망과 통합’이란 주제를 시의 처음부터 끝까지 명확하게 관통시키고 있다. 실제로 고먼은 자신의 시가“통합과 협업의 시작점이 됐으면 한다"며 "미국의 새로운 시작에 관한 시라고 생각한다.”고 시인했다. bbc 아트 에디터 윌 곰퍼트는 고먼은“아름다운 호흡과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 그의 시는 오늘 이 순간과 공간을 훨씬 뛰어넘는 시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이와 같은 공감대는 전 세계인의 가슴을 뜨겁게 공감시키고 있다. 


 고먼은 아버지 없이 중학교 영어교사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어머니가 TV시청을 적극적으로 제한해서 쌍둥이 자매와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자랐다. 시는 8세 때부터 쓰기 시작했다. 14세 때‘WriteGirl’이라는 단체에서 글쓰기를 배우고, 2017년 미국에서 최초로 도입된 청년 계관시인에 선정됐다. 그런 그가 어린 시절엔 바이든 대통령처럼 말을 더듬었다. 특히 R발음이 여의치 않았다. 그러나 그는 뮤지컬‘해밀턴’의 ‘Aaron Burr, Sir’노래를 연습하며 장애를 극복했다. 


 축시낭송 전에“나는 흑인작가들의 딸이야. 우리를 옭아맨 사슬을 끊은, 세상을 바꾼 자유 투쟁자들의 자손이야. 두려워하지 마.”라고 자신을 다독였다는 고먼, 그가 2036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미국의 빛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의 빛은 세계의 빛이고 지구의 빛이다.


 “권력이 부패하면 시詩는 정화해준다.When power corrupts, poetry cleanses.”는 존 F 케네디의 는 말과 같이“시가 사회변화를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고먼. 그의 도구가 부패한 권력을 모두 정화시켜 빛을 찾아 대통령의 꿈이 이뤄지기 바란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도 떳떳하게 빛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우리 모두가 함께 오르고 싶은 언덕에 올라갈 수 있는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어, 온 세계가 찬란한 빛의 왕국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


<Saturday, January 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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