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가 당할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고전 10:13)
달랑 한장 남은 달력의 숫자가 벌써 반 넘어 지어졌습니다. 떨어지다 만 나뭇잎처럼 함박 눈을 얹은 하얀 시간들만 가지 끝에 대롱거립니다. 단순히 숫자에 불과한 시간의 경계선이라는데 사람들은 어제와 오늘 사이를 오가며 숨 고르기에 바쁩니다. 올 해가 다 가기 전에 마무리를 잘 하려고 허둥댑니다.
지나간 날들에 대한 결산을 놓고 반성하기도 하고, 다가오는 시간들을 맞이 할 새로운 각오와 계획과 희망을 총 동원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한 해를 돌아보면 확실히 기쁘고 즐겁기만 한 시간은 아니었던 듯 합니다. 내 글에 좋은 애독자이고, 신앙생활에 조언자이며 흔들리는 삶에 여러 가지로 멘토링을 해 주던 막역한 친구가 주님 앞으로 갔습니다.
조국을 향한 애국심을 드높이고 선조들과 후세들을 위하여 보람 있는 삶의 흔적을 남기려는 뜻으로 앞에서 횃불을 밝히던 선두자, 지도자를 떠나 보냈습니다.
그리고 지난 달, 한국방문을 떠났던 여동생의 어이없는 임종의 자리를 지켜야만 했습니다. 큰 슬픔과 상실감은 좌절과 허탈함으로 주저 앉게 만들었습니다. 가족들은 서로의 어깨에 기대고 의지하며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위로의 첩경임을 발견한 때문이기도 합니다.
일년 전, 아니 몇 개월 전 까지만 해도 서로 웃으며 즐겁게 이야기 꽃을 피웠는데.. 문득 문득 그들의 모습이 떠 오르면 새로운 슬픔이 솟아오르곤 합니다.
바로 이 깊은 나락에서, 주님의 말씀이 눈으로 보이고 귀에 울린 것입니다. 우연히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게 되었습니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모토카'의 원작 '타임슬립 닥터 '진'(Jin)으로 10여년 전에 방영된 일본 TBS텔레비전의 일요 극장 드라마였습니다.
현대 일본의 뇌수술 전문의 '미나가타'가 분큐 2년(1862년), 막부말기, 에도시 대로 타임슬립 하여 역사와 운명을 거스르는 것이라 자각하면서도 사람을 구하기 위하여 현대의 지식과 그 시대 사람들의 도움으로 근대 의술을 펼쳐 나가며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수십 명씩 한꺼번에 쓸어지는 처참한 호열자 전염병의 엄습에도 새로운 의학기술과 지식을 거절하는 무지한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밤낮을 쉬지 않고 땀 흘리며 치료하고, 페니실린을 개발하기도 합니다. 현대의학으로는 쉽게 치료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병들을 시술하는데 큰 장애물은 병의 예방이나 위생에 대한 무방비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풍습과 인습, 전통 등이었습니다. 서양귀신에 접했다는 미신으로 양이(서양의사)를 적대하며 양의사와 한의사 사이, 심지어 같은 양의사 사이에도 질시와 반목으로 서로 모함하고 죽이려 하는 상황에서 의사는 오로지 생명을 구하는 것이 최상의 목표라 생각하여 자신을 돌보지 않고 헌신적으로 일하는 그에게 하나 둘 감동을 받게 되는 과정과 사실들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 끝까지 붇잡고 따라다니며 일깨우는 자막이 있습니다.
"신은 감당 할 수 있는 시련만 준다'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주어졌을 때마다, 내 앞에 막강한 장애물이 가로 막을 때마다 '미나가타'는 중얼거립니다.
이 문장은 그의 동료에게서 받은 것인데 차츰 그를 따르는 조력자와 동지들, 문하생, 모두에게 퍼져 나가 그들도 선택하여야 될 어려운 문제 앞에서 이 말씀으로 서로를 격려합니다.
원작자 '무라카미 모토카’가 어떤 성향의 인물인지, 어떤 목적으로 이 문구를 계속하여 반복하였는지는 알길이 없으나 분명코 이 말씀은 사랑이 많으신 주님께서 나에게 주시는 위로와 격려의 말씀이었습니다.
큰 슬픔이 닥쳤을 때 '하나님은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셨을까' 괴로워하며 좌절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계속하여 귀에 대고 속삭이십니다.
시험 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고10:13)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 환난이나 곤고나 박해나 기근이나 적신이나 위험이나 칼이랴.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롬 8:35, 37)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감당할만한 시험만을 주시고 온갖 역경에서 넉넉히 이기게 하시는 하나님의 높고, 크고, 넓고, 깊은 사랑을 감사합니다.
시련을 통해 더욱 강하고 온전한 믿음의 자녀로 성장시키시는 하나님의 절대적인 사랑에 감사 찬양 영광을 돌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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