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리사의 모습 보여야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하겠다.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기한 ‘김건희 여사 문제들’을 모조리 묵살한 다음날, 부산 금정구 범어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한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21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대통령실 내 인적 쇄신과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김 여사 의혹 규명 절차 협조 등 김 여사 리스크 해결을 위한 3대 요구 사항을 직접 건의했다.
한 대표는 공석인 특별감찰관 임명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은 “요구사항을 납득하기 어렵다. 확인된 잘못이 없지 않느냐. 지금은 때가 아니다, 구체적인 의혹이 없지 않느냐”라고 답해, 사실상 한동훈 당대표의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요구에 대해서도 "충분히 자제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하니, 애당초 이번 동상이몽으로 끝날 수순이었나 보다. 열화와 같은 국민의 지지와 기대를 받고 대권을 거머쥔, 검사 출신 정치 신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는 여지없이 허망한 꿈으로 허공에 사라져간 느낌이다.
벌써 집권 반환점을 돌았는데, 그동안 윤 대통령이 한 일이 무엇인지 되돌아 보게 된다. 기억나는 건 전 정권 정책 반대로 하기와, 전 정권 인사에 대한 마녀사냥식 수사와 처벌이다. 정권 위기는 윤 대통령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급전직하 하는 지지율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정권 초기 출근길 기자회담 등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보이기도 했던 윤 대통령이지만, 나중에는 누구의 말도 깊게 새겨듣지 않는 불통의 대명사라는 별명이 왜 붙었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는 증거들이 차고 넘치는데도, 검찰 측에서는 아무런 혐의점이 없고 확실한 물증이 없다는 소리만 되풀이하며 사건을 종결 지었다. 국회의원 공천 개입 의혹도 폭로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두 가지 의혹만 놓고 보더라도, 탄핵감이기에 국민들의 배신감과 분노는 하늘에 닿고 있다. 오죽하면 박근혜 정부 때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은 지금 김건희 여사의 국정농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이 나왔을까.
윤 대통령의 쌍특검법 거부, 명태균씨 폭로에 하루 만에 들통난 용산의 거짓 해명은 국민의 믿음을 저버린 행동으로 밖에 안 보인다.
지금 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견리사의(見利思義)의 정신으로 결자해지(結者解之) 하는 마음가짐과 결단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자리다. 국가의 안위보다 대통령 부부의 안위를 위해 권력을 휘두르고 민심에 귀 막고 갈 길 가겠다는 태도로는 나라를 바로잡을 수 없다.
전두환 전 대통령 유골도 묻힐 자리를 찾지 못하는 나라는 빈곤한 정치수준을 드러낼 수 밖에 없다. 전 정권에 대한 단죄에 몰입하는 현정권은 국민의 민생에 관심을 갖지 않는 법이다. 전임자에 대한 분노와 복수는 여기서 그치고, 윤 대통령은 그 자신의 말대로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를 내려놓고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이 무엇을 진정 원하는지 들으려는 귀를 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가 된 사건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법적 책임을 묻고 국정쇄신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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