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1,000 만, 빈곤율 OECD 1위 시대에
“저는 외로운 80독고 노인입니다. 오래전부터 녹내장과 당뇨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더는 견딜 수 없어 이 길을 택합니다. 집주인 아줌마와 2동 사회담당 보조아가씨 너무 고마웠습니다." 2005년 신병을 비관해 지하철에서 투신자살한 노인의 품에서 발견한 유서 내용이다. 병원 진단서 뒷면에 삐뚤 빼뚤 글씨로 써 내려간 유서는 이 노인의 고달팠던 삶을 전해준다. 평생을 온갖 고난을 견디어 온 노인들이 연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많다는 뉴스를 바라보는, 나 같은 90을 바라보는 노인들은 하염없는 상념에 잠긴다.
필자가 어렸을 때 살던 대한민국은 나라 전체가 가난했던 시절이다. 모두가 그랬지만 신산한 삶을 뚫고 나오는 과정은 필자의 가슴에도 깊은 상흔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노년세대의 상당수가 겪고 있는 질병과 빈곤, 그리고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소식을 시시때때로 뉴스로 접하는 시린 마음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한국에서 10-29세 청년은 10만명당 28.5명이, 70세 이상은 98.4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한다.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르신들의 자살은 주로 병들고 가진 것 없이 늘그막에 가족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는 이타적인 원인이 많다"고 했다.
노인들의 극단적인 선택은 빈곤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2021년 6월 노인복 지부가 발표한 노인실태 조사에 따르면 노인이 자살하는 주된 원인은 건강(23.7%)과 경제적인 어려움 (23.0%)이다. 선진국이라는 위상에 부끄럽게도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심각하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36개국 중에서 압도적인 1위다. 이웃 일본 20.2%, 미국 20.8%의 두 배 수준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로는 올해 8월에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선다는데,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 파산 신청자 10명 중 41%가 60세 이상이라고 하니 심각한 난국이다.
사회의 안전망 구축 없이 초고령사회 노인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연목구어와 같다. 그런 면에서 캐나다 사회는 사회보장이 비교적 잘 되어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뉴욕 타임즈 광장에서 일단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You light up my life'를 연주하고 사라지는 flash mob을 보았는데, 가사 중 "you light up my life, You give me hope to carry on. You light up my days and fill my nights with song"은 불안의 시대에 꼭 음미해봐야 할 메시지다.
"往者不追 來者不拒", '가는 사람 잡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 말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세월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나 또한 얼마나 늙어가고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여기 시 한 구절을 읊으며 초 고령사회를 바라보는 심경을 노래한다.
이제 쓸쓸한 나이 70을 넘어 80을 지나 90의 문턱에 다 달은 나이에 무엇을 잊은 것인가 알 수 없어진다.
갈 곳이 없을 때가 있다. 온종일 홀로일 때가 있다. 그러다가 외로움으로 쓰러질 때도 있다. 기억해다오, 우리는 누군가의 이웃이 되어 살고 싶다. 어딘가 따스하게 모여 앉아 서로의 사랑이 되고 싶다.
이곳이 바로 우리가 함께 마주앉아 있는 만남과 휴식의 광장 서로가 서로를 보살피고 주름진 손을 마주잡고 의지하는 사랑을 나누는 광장이 가정과 정치사회, 그리고 교회의 사랑의 공동체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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