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등학교(High School)에 진학을 한 하성이의 등하굣길을 운전해 주면서 저는 하성이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더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하성이의 등하굣길은 어느덧 아빠와 함께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을 공유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등하굣길에서 하성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하성이가 같은 중학교(Middle School)를 졸업한 친구 중에 한 명이 고등학교를 사립학교(private school)로 들어갔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하성이는 사립학교는 등록금을 엄청 많이 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저는 하성이에게 아빠가 처음 미국에 유학을 왔을 때에 하원이 누나가 사립학교 유치원에 다녔던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하원이는 두 살 때에 엄마 아빠와 함께 미국에 왔기에 영어를 하나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하원이를 일반 공립학교 유치원에 보내기 보다 기독교 사립학교 부설 기관인 유치원에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하지만 교단에서 운영하는 기독교 사립학교 유치원은 그 교단 교회에 소속되어서 멤버십(membership)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대학교 등록금과 비교가 될 정도로 등록금이 많이 비쌌습니다. 그런데 무슨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지 저는 기독교 사립학교에 찾아가서 교장 선생님에게 하원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싶다고 말하면서 등록금을 모두 낼 형편이 되지 못한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교장 선생님은 한달에 얼마의 금액을 낼 수 있는지 질문해 오셔서 유학생의 어려운 형편을 이야기하고 50 달러 정도를 낼 수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교장 선생님은 아무런 주저함도 없이 하원이의 입학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아빠의 이야기를 들은 하성이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그래서 하성이에게 오직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한 것이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우리들이 믿음의 길을 걸어가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것은 너무나도 소중합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은혜를 베풀기를 원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출 34:6; 민 6:25). 구약 성경에서 하나님의 은혜는 인간의 죄악 된 모습에서 시작되어집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담과 하와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었을 때에도 죽음으로 심판하지 않으시고 은혜를 베풀어 주셔서 아담과 하와의 생명을 보존해 주셨습니다(창 2:15-17; 3:1-24). 그리고 사람들의 죄악으로 인하여 하나님께서 땅 위에 사람들을 지으심을 한탄하셨을 때에도 하나님 앞에서 의로운 삶을 살아갔던 노아는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습니다(창 6:8).
그러면 우리들은 하나님의 은혜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습니까? 은혜는 하나님께서 언약의 백성들을 사랑해 주셔서 그들에게 베풀어 주시는 호의(favor)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은혜’(hen: Grace)를 받는 본질적인 모습은 하나님께서 언약의 백성들이 자신의 날개 아래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시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은혜란 하나님께서 언약의 백성들을 보호해 주시기 위해서 그들을 자신의 장막 안으로 초청해 주시는 것입니다.
구약 성경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대표적인 인물은 ‘한나’(Hannah)입니다. ‘한나’라는 이름에서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듯이 ‘한나’는 ‘은혜’라는 히브리어 명사 ‘헨’(hen)에서 파생이 되어서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그러나 한나는 ‘은혜를 입은 여인’이라는 자신의 이름의 의미와 맞지 않게 자녀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나는 성전에서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어진 모습으로 괴로움 가운데에서 마음 속으로 기도하며 통곡하였습니다(삼상 1:10). 이러한 모습은 제사장 엘리(Eli)의 눈에 띄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고대 근동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소리로 기도할 때에 하나님께서 기도의 소리를 들으시고 응답해 주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시 3:4; 64:1). 그러나 한나는 조용한 기도를 드리고 있었기에 제사장 엘리의 눈에 띄게 되었고, 한나의 심정을 알게 된 엘리 제사장은 한나를 축복해 주었습니다(삼상 1:17). 한나의 기도의 내용을 생각해 보면, 하나님께서 자신의 비천한 모습을 불쌍히 여겨 주셔서 자신을 기억해 주시고, 아들을 허락해 달라는 간구였습니다(삼상 1:11). 그 결과 하나님께서는 한나를 기억해 주셔서 아들 사무엘을 허락해 주셨습니다(삼 1:19-20).
매일 반복되는 일상(日常)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가 하나님께 기도할 때에 주어집니다. 그러므로 기도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통로입니다.
(느 1:11) … 종의 기도와 주의 이름을 경외하기를 기뻐하는 종들의 기도를 들으시고 오늘 종이 형통하여 이 사람 앞에서 은혜를 입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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