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광역 토론토 지역의 추위가 유별납니다. 북극의 한파가 광역 토론토 지역에 내려와 움직이지 않아서 그런지 몇 주 동안 지속되는 강 추위는 사람들의 옷깃을 세우게 합니다. 또한 2월달에 내린 폭설로 인하여 집집마다 흰 눈을 지붕 위에 올려 놓고 누가 더 크고 긴 고드름을 만들어 내는지 시합을 합니다.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은 햇빛을 만나 조금씩 자라는데, 해가 저물고 차디찬 공기와 만난 고드름은 더욱 단단해 집니다. 그렇게 낮과 밤이 반복되는 과정을 통하여 처마 밑의 고드름이 1미터도 넘게 자랐습니다.
그렇게 크고 굵게 자란 고드름이 갑자기 변한 날씨로 인해 녹기 시작하였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고드름의 위세가 당당했는데, 오늘은 자신이 얼마나 연약한지를 깨닫고 있습니다. 처마 밑의 고드름이 아무리 오랫동안 붙어 있으려고 노력해도 햇빛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신의 몸을 물방울로 바꾸어 흘려보냅니다.
이러한 모습은 고드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동네 꼬마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들어 놓은 눈사람도 따뜻한 햇빛 아래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못하고 그저 눈물을 흘리듯 슬픈 눈사람이 되어서 녹아내립니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이고 봄이 다가오는 모습이기에 우리들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생명의 유한성(有限性)입니다.
하나님께서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으셔서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습니다(창 2:7).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우리의 육체는 이 땅에서 수고하고 생명이 끝나면 다시 흙으로 돌아갈 것입니다(창 3:19). 그러나 우리의 영은 하나님 앞에서 심판을 받게 될 것인데,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우리들은 하나님 앞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보혈과 부활의 능력을 믿음으로 구원을 받습니다(롬 4:25).
그러면 유한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가 이 땅에서 무엇을 기억하며 살아가야 합니까?
구약 성경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언약의 하나님께서 언약의 백성들을 기억해 주실 때 언약의 백성들은 하나님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억하다’(to remember)라는 히브리어 동사 ‘자칼’(zakar)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잊어버리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 않고,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신 구원을 기억하면서 소망을 바라보는 모습입니다.
시편 77편의 말씀을 보면, 시인 아삽은 자신의 삶 속에서 하나님과의 갈등으로 시작합니다. 아삽은 자신의 영혼은 위로를 받지 못해서 하나님을 기억할 때 신음에 빠지고 위로를 받지 못했다고 고백합니다(시 77:3). 아삽은 하나님과 자신의 관계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과 자비와 약속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집니다(시 77:7-9).
이러한 질문들을 통하여 아삽이 고백하는 것은 자신의 믿음의 연약함입니다. 그래서 아삽은 하나님의 사랑과 약속을 믿는 자신의 믿음이 약해졌음을 깨닫고 하나님께서 자신들의 조상들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를 기억합니다.
아삽은 과거에 자신들의 조상들에게 행하신 출애굽의 사건을 통하여 여호와 하나님께서 행하신 크고 놀라운 일을 되새겨 봅니다. 이러한 기억을 통하여 아삽은 자신이 밤새도록 눈을 감지 못하고 괴로워했던 절망의 시간 속에서 소망을 바라봅니다. 아삽은 하나님께서 강한 손과 팔로 이스라엘 백성들을 출애굽 시키신 사건을 기억합니다. 아삽은 하나님께서 홍해를 가르셨을 때 바다가 하나님을 뵙고 무서워 떨었다고 고백합니다(시 77:16). 하나님께서 바다에 길을 내셔서 자신의 백성들을 양 떼 같이 모세와 아론의 손을 통하여 인도해 내셨다고 고백합니다(시 77:20).
아삽의 기억은 단순히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언약의 백성들과 어떻게 일하셨는지 그 과정을 되새기며 자신이 하나님께 나아가는 힘을 얻습니다. 더 나아가서 하나님을 기억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고 순종을 다짐합니다.
순례자의 길을 걸어가는 우리들의 삶이 하나님께서 행하신 삶을 기억하는 것은 육체의 유한성을 가지고 있는 우리들에게 영원의 소망을 줍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백성들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홍해를 가르신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시 77:11) 곧 여호와의 일들을 기억하며 주께서 옛적에 행하신 기이한 일을 기억하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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