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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운 너

홍성자 2020-11-0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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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운 너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 .......

초등학교 시절 두 손을 꼭 쥐고 고개를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왔다 갔다 하며 부르던 동요가 보이는 듯 들리는 가뭇하다. 

  

바야흐로 단풍의 계절이다. 

단풍하면 단연코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북쪽 나라 캐나다가 아닌가? 

9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단풍이 10월에 들어서면서부터 절정을 이룬다. 

캐나다의 어디를 가도 단풍 천국이지만, 온타리오 주 알공퀸 단풍은 아름답기가 그지없다. 토론토에서 운전하여 2시간 반 정도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이를 데 없는 단풍 때문에 탄성이 끊이질 않는다. 꽃보다 아름다운 알공퀸 공원의 단풍장관을 본다는 것은 큰 행운이며 특권이라 할 수 있겠다. 


2020년 10월 초의 온타리오 주 날씨는 단풍 만들기에 정말 명품날씨다. 

아름다운 단풍! 빨갛고 노랗고 주황색으로 물들었다가 끝내는 지고야 마는 단풍! 그 이면을 알고 보면 참으로 신비한 감동이 아닐 수 없다.

부지런한 나무들은 기온이 떨어지면 월동준비를 위해서 잎을 떨어뜨릴 준비를 서두른다. 나무는 입 자루와 가지가 붙은 곳에 특수한 세포층으로 떨켜 라는 혹은 떨켜층을 만든다. 식물에서 열매가 다 익거나 조직이 필요 없어지면, 잎과 줄기사이에 떨켜층, 즉 분리층이 형성되며 수분과 영양은 더 이상 공급되지 않는다. 그 후 엽록소의 광합성작용도 멈춘다. 

잎이 지면 그곳에 상처가 생기는데, 그 부분에 단단한 막을 만들어 동상을 막고 세균이나 바이러스도 막는데, 즉 스스로 굳을 수 있는 분비물을 생성하여 만든 부위가 떨켜층이다. 

떨켜층이 생기면서 잎의 녹색 성분 ‘클로 로렌’이 분해하여 ‘안토시안’ 이 형성되면 빨간 단풍이 되고, ‘카로티노이드’ 라는 성분에 의해 노란단풍이 되며, 어떤 성분들은 주황색 자주색 등으로 아름다이 변하게 된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단풍이 처절하게 떨어져도 나무가 살아가는 또 하나 의 신기한 사실은, 식물도 물질대사를 하는데 노폐물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식물은 사람의 콩팥처럼 걸러내는 기관이 없는 대신, 세포에 작은 주머니인 액포(液胞, vacuole)라는 것이 있는데, 나무의 쓸데없는 배설물들을 액포에 저장했다가 나뭇잎 쪽으로 보내면 잎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니, 낙엽은 일종의 배설통이라 할 수 있겠다. 

단풍은 낙엽 되어 나무의 발 뿌리를 덮어 감싸주게 되고, 엄동설한 얾을 막아주며 썩어서 거름이 되고, 나무의 자양분이 될 뿐더러 새로운 봄을 기다리는 너른 품을 본다. 우리 사람도 자식을 위하는 길이라면 목숨을 걸고 썩어 거름이 되지 않는가? 

살기 위해서 죽어야하고 죽는다는 것은 또 다른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지는 길, 여기에서 식물들뿐만 아니라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과 미물들에게서까지도 생명의 강인함과 위대함을 넘어 숭고함을 보게 된다. 

자연의 섭리인가? 신의 섭리인가?

  

결국 식물들은 떨켜층을 만들어 긴 겨울을 무사히 견딜 수 있도록 자기방어를 한다니 나무들의 본능일까? 지혜일까? 

나무들의 생존전략이자 자기방어물질인 떨켜로 생태계의 순환, 반복과 재생으로 그들의 끈질긴 생명을 보면서, 자연의 순리는 새로운 미학(美學)적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노후를 보람 있게 살다가자 한다. 

내가 추구했던 보람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생의 마지막을 단풍처럼 아름답게 마무리하자 한다. 

나의 단풍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때가 되면 과감하게 끊을 건 끊고 떨어트릴 건 떨어트려야 한다고 나무들 은 우리들을 가르친다. 

나의 떨켜는 사실 무엇인가? 

여생을 새로이 바라보는 정신의 눈을 크게 떠야하겠다.

  

단풍아! 곧 낙엽으로 추락할 건데  너 붉었구나!

반복되는 이승의 하루를 보내며 이 겨울 앞에 나도 붉었다. 

(2020.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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