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혼종들 > 오피니언

본문 바로가기
토론토 중앙일보
수진의 영화 이야기

끔찍한 혼종들

2020-09-24 0

현대 사회에서 가장 흥행력 큰 매체들을 꼽자면 단연 영화와 게임을 고르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둘을 합쳐 두 시장의 고객들을 모두 잡는건 어떨까? 어떻게 봐도 돈이 될 아이디어지만 2020년 현재 게임 원작 영화라고 하면 흥행 실패나 괴작 등 부정적인 이미지부터 연상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영화라는 매체 특성상 엄청난 양의 자본이 들어갈 수 밖에 없고 필연적으로 그 자금을 대는 투자자들의 입김에 의해 영화는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게임에 대한 이해 없이 IP만을 가지고 다른 영화들의 공식에 맞추려고 하면 결국 영화 팬도 게임 팬도 만족 못시키는 실패작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물론 제작자들과 팬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흥행도 비평도 모두 잡은 작품들 역시 있지만 그들의 후광으로 가리기엔 소위 말하는 '망한 작품' 들의 그늘이 너무나도 크다.

오늘은 영화계에서도 게임계에서도 외면당한 공포의 괴작들을 몇편 소개해보자 한다.

 

b169c78f63401118c3b34d41d01c251b_1600956536_2346.jpg
93년 개봉한 영화판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포스터 


b169c78f63401118c3b34d41d01c251b_1600956536_8448.jpg
북미에서 90년에 발매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3. 힘의 차이가 느껴지는가?

 

수퍼 마리오 브라더스 (1993)

 

  수퍼 마리오 시리즈는 게임 역사상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콧수염 두꺼운 이탈리아 배관공이 멜빵바지를 걸치고 거북이를 밟으며 통통 튀어다닌다는 이 전제부터 유쾌한 게임은 1981년 첫 출시 이래 나이와 인종을 막론하고 전세계인들의 많은 사람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영화는 어떨까?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원작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했는지 귀여운 악당 버섯과 거북들은 극장가를 찾은 아이들이 자지러질법한 B급 엽기영화의 괴인같은 흉물로 변해버렸고 꽃과 나무가 자라는 동화같은 게임속의 세계는 블레이드 러너나 매트릭스가 연상되는 어둡고 퇴폐적인 사이버펑크 디스토피아가 되어버렸다. 어른도 아이도, 게임 팬도 영화 팬도 만족시키지 못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영화는 총 제작비 4,800만불 중 북미 흥행 2,100만, 전세계 총합 3,500만 밖에 벌어들이지 못하며 참패하고 말았다.

  최초의 게임 원작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게임영화의 어두운 앞날을 예견하듯 시발점부터 대차게 말아먹은 이 작품은 그 특유의 괴이함으로 지금까지도 간간히 회자되고 있다. 사람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게임이지만 영화는 사람 가리지 않고 외면당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다.


b169c78f63401118c3b34d41d01c251b_1600956564_3888.jpg
폭력과 섹스어필이 전부라 믿는 이 성의없는 포스터를 보라.
놀랍게도 이 괴작과 동년 개봉한 작품들로 반지의 제왕 3편, 매트릭스 2편 등이 있다.

 

하우스 오브 더 데드 (2003)

 

  못 찍은 영화는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파악할수 있다. 감독의 의도를 이해할수 없고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파악하는게 불가능해 지는 순간 영화는 괴작이 된다. 일본의 오락실용 게임 하우스 오브 더 데드 시리즈는 저택과 유적을 탐험하며 살아 움직이는 시체들을 총으로 쏘는 게임으로서 아케이드 게임의 명작중 하나로 사랑받았다. 하우스 오브 더 데드 영화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최악의 게임 원작 영화중 하나로서 악명이 높다.

  못 찍은 영화는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파악할수 있다. 감독과 연출의 의도가 모호해지고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알수 없게 되는 순간 영화는 괴작이 된다. 당시 기준으로도 형편없기 그지없는 분장, 개연성 없는 주인공들의 행동, 박진감 없고 엉성한 액션 등은 우리가 이해할수 있는 문제점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원작 게임의 장면, 분위기를 흐리는 원작 게임의 배경음악, 시도때도 없이 남발되는 다찌마리나 주인공이 바로 방금 있었던 장면을 회상하는 말도 안되는 연출등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선택들의 연속이 이 영화를 상업 쓰레기로 만든다. 심지어 제목에 하우스가 들어가있지만 집은 커녕 영화 내내 무인도에서 좀비들과 뒹구는 것도 불가사의 중 하나. 결국 하우스 오브 더 데드는 1,200만의 제작비로 전세계 흥행 1,400만의 수익을 거두며 순이익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에 그쳤다.

  이 영화를 시작으로 게임 영화에 마수를 뻗치게 된 감독 우베 볼은 안 좋은 의미에서 유명한 인물로 하나같이 쓰레기같은 영화들을 꾸준히 촬영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어둠 속에 나 홀로, 던전 시즈, 파 크라이 등 2003년 이래 매 1-2년마다 게임 원작 영화를 감독한 우베 볼은 일관성 있게 형편없는 연출과 내용으로 악평을 들어왔으며 자신의 영화를 비방하는 비평가들에게 권투경기를 신청하는 등의 기행으로 악명이 높다. 2016년 영화계에서 은퇴하고 밴쿠버에서 독일 음식점 '바우하우스' 를 개업해 상도 여러번 받는 등 진짜 재능을 찾나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코로나 사태로 인해 무기한 휴업중이라고 한다.

 


b169c78f63401118c3b34d41d01c251b_1600956572_6879.jpg
비디오 게임 '둠'

b169c78f63401118c3b34d41d01c251b_1600956579_7839.jpg
'더이상 게임이 아니다'
딱히 영화도 아니다

 

둠 어나이얼레이션 (2019)

 

  1993년 첫 출시 이후 슈팅게임 역사상 가장 큰 족적을 남긴 둠은 2020년 현재까지도 성공적인 신작이 나오는 등 전세계 게임 매니아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프랜차이즈중 하나이다. 그 인기에 힘입어 2005년 드웨인 존슨 주연의 영화가 개봉했지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16년 둠 리부트 작품이 비디오게임 시장을 평정하자 그에 힘입에 제작이 결정된 둠 어나이얼레이션은 시작부터 SNS로 프랜차이즈의 주인공인 '둠가이' 대신 당당한 페미니스트 전사 둠걸이 주인공으로 나설거라 못박으며 팬들의 질타를 받는 등 첫 단추부터 잘못 꿰버리고 말았다.

  화성의 비밀기지에서 악마들의 침공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은 여느 액션영화라면 재미가 없을수 없는 스토리다. 하지만 극장개봉조차 안하고 바로 비디오 시장으로 직행한 둠 어나이얼레이션의 문제점은 그냥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영화 시작부터 예닐곱 남짓한 등장인물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며 이 각본이 얼마나 산만한지를 암시한다. 조명 아래 여과없이 드러나는 통짜 플라스틱제 총기들과 특수복은 도저히 집중할 수 없는 장면을 연출한다. 적으로 나오는 시체들은 얼굴에 분칠만 한 수준인데다 악마 역시 통짜 고무 수트를 입은 티가 너무 심해 어떤 긴장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영화 최후반부 주인공이 지옥에서 악마들과 싸우는 장면은 대부분 그래픽으로 구현되었는데 이 퀄리티가 상당히 훌륭해 제작비의 대부분이 여기에 들어갔나 싶을 정도다. 이 예산으로 프로덕션에 좀 더 힘을 썼다면 뇌를 비우고 볼수라도 있는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제작자들과 배우들이 원작에 대한 어떤 지식도 존중도 없이 쉬운 돈을 노리고 영화를 만들면 이런 게 나오지 않을까 싶다. 둠 프랜차이즈의 영화는 두 편 다 실패했지만 그와 반대로 비디오 게임 시리즈는 신작이 나올때마다 수작에서 명작에 이르는 호평을 받고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오피니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