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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떡하라고

김재기 2023-04-06 0

나는 어떡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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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은 많은 말을 하고 산다. 먹기 위해 입이 있지만 입은 먹는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말을 하기 위해 사용한다. 먹는 입은 소비를 하는 거지만 말하는 입은 생산성을 가질 수 있다. 말로써 돈을 벌고 말로써 생활하는 사람을 수없이 보고 산다. 


TV를 보면 현란한 말로 관중들을 쥐락펴락하는 많은 강사들을 볼 수 있다. 화려한 언변으로 기발한 유머를 섞어가며 인기를 끌고 있는 강사들을 보면 무척 부럽기도 하다. 그들만 한 지식도 없으려니와 목소리조차 맑지를 못하고 탁하기에 그들이 더욱 부러운 것이다.


또한 신문을 보면 화려한 필치로 글을 쓰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가 있다. 글을 쓰는 것은 입으로 말하는 것과 똑같은 행위이다. 사실 그 사람 그 글 쓰면서 입으로 그 내용을 말하면서 썼을 것이다. 글로 쓰나 말로 하나같은 마음에서 나온 자기 표출이기에 같은 것이다.


말이 오랫동안 주목을 받으려면 그 사람의 말이 신뢰성을 가져야 한다. 말대로 행동하거나 말이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거짓으로 말하고 거짓으로 글 쓰는 사람을 우리는 선동가라 부른다. 그 거짓이 들통나 인기의 정상에서 사그라진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어떤 코미디언은 헌법 전문을 몇 번을 통독해서 헌법을 꿰찼다고 한다. 그래서 코미디언이 현란한 언변으로 헌법 강의를 하고 다녔고 거기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그의 “목수의 망치와 판사의 망치가 같아야 합니다” 라는 희한한 언변을 깨어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환호하는 꼴이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헌법 전문을 몇 번 통독했다고 해서 헌법을 꿰 찼다면 성경을 몇번 통독한 사람은 강대상에서 설교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와 같다. 수박 껍질을 몇번 핥으면 수박 맛을 알 수 있겠는가. 그렇게 평등을 외쳤던 그는 남보다 수십 배 비싼 강의료를 받고 강의하고 다녔다. 


YouTube 에서 설 모씨의 강의를 몇 번 보았다. 말을 술술 잘해서 계속 보았는데 4.3사태 편을 보면서 그동안 의구심을 갖고 보았던 그의 영상을 보지 않게 되었다. 그 사태의 원인이 된 빨치산들의 용서 못 할 행위는 슬쩍 빼버리고 우리의 군경이 저지른 일만 부각해서 강의를 하는 것이였다. 


역사를 논한다면 최소한 있는 사실 그대로를 공정하게 다뤄야 하는데 왜곡해서 잘못된 결론을 이루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다 이집트 관련 강의를 자기도취에 취해서 하다가 이집트 문화 전문가들이 엉터리라고 들고일어나자 모든 강의에서 손 떼고 잠적했다. 그래도 책임지는 자세라 위의 코미디언보다는 용서가 된다.

강의를 들으며 글을 읽으며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면 그것을 따르려고 노력을 하게 된다. 나보다 잘난 사람의 말대로 살면 나도 좀 더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말하는 사람이 글 쓰는 사람이 나의 일시적인 스승이 되는 것이다.


동포사회에서도 남들에게 좋은 이야기나 글을 쓰는 사람이 꽤 있다. 읽으며 ‘그래 나도 이 사람 말대로 살아야지’ 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어느 분이 상당히 공감되는 글을 썼다. 왜 캐나다에 살면서 여기 생활에 제대로 적응도 못 하면서 모국의 정치에 신경을 쓰느냐, 그러는 시간에 영어 한자 더 공부하고 이곳 생활에 충실하자. 맞다, 당연히 그래야지. 나도 되도록이면 이곳 일에나 충실하자고 다짐했다. 투표권도 없는 우리가 한국 정치 신경 써봐야 아무런 도움도 안 될뿐더러 괜히 좋았던 인간관계마저 나빠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리고 얼마 후 그분이 한국 정치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글을 보았다. 이럴 때 나같이 귀가 얇은 사람은 혼동하게 된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어쨌거나 곧 봄은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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