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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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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자 수필집

낭만에 대하여

홍성자 2021-02-04 0

“낭만에 대하여”   

노래 : 최백호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 보렴

새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던지는 농담 사이로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 보렴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밤늦은 항구에서 그야말로 연락선 선창가에서

돌아올 사람은 없을지라도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 보렴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지는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 보렴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이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누나, 이 노래 좀 들어 봐”  

한국의 고향에서 동생이 보내온 카톡 문자와 동영상이다. 세계 어디에 있어도 카톡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카톡은 물론, 국제전화도 무료이고, 캐나다에 살고 있어도 한국에서 사는 것 같다. 


   한국의 국민가수 최백호는 나와 동갑이다. 1950년생, 나는 최백호 팬이다. 지금으로부터 23년 전 1995년도에 이 노래를 불렀을 때, 최백호나 나는 45세였다. 그 나이에 그는 이 노래를 불렀다. 그 당시 40대인 나에게 이 노래가 가슴 깊이 스며들었을까? 시기상조였다. 나도 그때 이 노래를 들은 기억은 있지만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한국에서 이제 이 노래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특히 꽃 중년들의 애창곡이 되어가고 있단다. 삶의 허무와 지나간 시간에 대한 미련을 담아, 돌아가고 싶은 그리운 시절에 대해 추억해 보라고 속삭이고 있다. 다시 못 올 것이 첫 사랑과 청춘뿐이겠는가,  

요즈음에 와서 “낭만에 대하여” 이 노래가 왜 다시 나를 끄는 걸까? 샹송 스타일의 탱고이기 때문이다. 


  이 노래를 조용필이 불렀다면 어떤 느낌일까? 또 다른 느낌이겠지, 다른  가수들이 부르는 이 노래를 유튜브에서 들으니 나름대로 좋았지만, 뼛속에서 우러나오는 전율의 허스키 음색이 아니어서 최백호의 맛은 아니었다. 

  호소력 깊은 목소리로 최백호는 오직 그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독특한 창법에 탱고로 부르니, 이 노래가 내 발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이태리의 파바로티나 조수미, 신영옥등은 신이 내린 소리, 영혼의 소리라 하지만, 눈물이 어려 있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목소리로, 세월을 노래하는 가객이라는 이 소리는 최백호 에게 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다. 


   “낭만에 대하여”는 한국 가요계에 불후의 명곡이 되었다. 최백호가 작사 작곡 하여 자기가 불렀기에 그의 체취가 흠뻑 담겼고, 그의 나이 70, 불렀던 노래가 20여년이 지나 다시 떴다는 것은 최백호 자신과 7-80 대들이 뒤돌아 볼 때, 이 시점에서 잘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한국도 이제는 경제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부강한 나라가 되었고, 문화 예술 방면으로도 수준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즐기는 시대가 되었다. 한국 참 좋아졌다. 중년이 되어 이 노래를 듣고 읊어보니 남자는 아니지만 가슴에 확 안긴다. 내 스타일이다. 시적 가사며 낭만이 좋아서 요즈음 내내 이 노래를 가지고 사는 중이다. 


  최백호의 얼굴을 유튜브에서 보니, 눈알이 한쪽 빠졌어도 한쪽이 남아 있으면 천만 다행이라는데, 각고의 세월이 흘렀지만 약간은 수줍은 듯 초로의 얼굴에서 그 목소리가 남아 있어 천만 다행이고, 목소리는 젊었을 때 보다 훨씬 성숙된 목소리여서 더 다행이며 감사하다. 가수들이야 다 그렇겠지만, 생방송 무대에서 노래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최백호!  


  가수들은 자기의 새 노래가 나왔을 때, 완전히 몸 세포 하나하나에 다 저장이 되도록, 연습을 천 번도 더 한다고 한다. 색소폰 연주도 한 곡을 잘 불기 까지는 천 번도 더 연습한다는데, 나는 뭐 하고 있는가? 

왠지 한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은 외롭고, 우리는 늙어가고 있다.  


   실없이 던지는 농담사이로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 보렴, 

   돌아 올 사람은 없을지라도 연락선 선창가에서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 보렴. 


   탱고를 배웠던 내 발에 낭만이 철철 넘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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