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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감동한 일들

홍성자 2023-03-17 0

내가 감동한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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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가노라면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나 기쁘게 하는 것들, 즐겁게 하는 일들이 많은데, 얼마 전부터 보기 드문 일들로 감동을 받았기에 몇 가지만 써보고자 한다. 


1. 토론토에서, 내가 아는 분의 딸은 한인 2세, 보이후렌드가 생겨서 몇 년째인가 알콩달콩 지내던 중, 남자친구가 오토바이를 샀다는 것이다. 

그 놈의 오토바이라는 것이 사실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오토바이를 탄지 얼마 안 되어 어느 날 큰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병원으로 실려가 천만다행으로 목숨은 건졌으나 얼굴 아래 몸 전체는 어느 곳도 전혀 움직일 수가 없다고 한다. 거기에 참말로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정신은 온전히 있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몇 달인가 있다가 딸이 살고 있는 콘도로 데려와 지극정성으로 돌보는데, 물론 남자친구의 어머니도 틈틈이 와서 보살펴 준다고 한다. 벌써 1년도 훨씬 넘은 일이다.

그런데 이 딸은 남자친구의 간호를 보통 열심히 정성으로 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음식을 먹여주고 온 몸을 닦아주며 병수발에 갖은 정성을 숙명처럼 순순히 받아들이고 24시간 지침이 없이 보살핀다는 것이다. 

남들이 보통으로 하는 말, 정식으로 결혼한 사이도 아닌데 그 정도 했으면 됐지 딸의 인생은 어찌 되느냐?고 걱정스런 말들을 한단다. 딸은 그게 무슨 말 따위냐며 남자친구를 사고 전보다 더 사랑한다고 한단다. 속히 회복되기를 바랄 뿐 정말 감동이라고 말하기에는 표현이 너무 빈약하다. 세계 불후의 명작에나 나올 법한 지극한 사랑 아닌가?


2. 아들 하나만 있는 한국인 엄마, 아들에게 걸 후렌드가 생겼다는 것이다. 

어느 날 아들은  

“엄마, 내 걸 후렌드는 나보다 나이가 두 살 위이고, 아들이 하나 있어요, 고등학교 때 실수로 애를 하나 낳았대요. 아들은 일곱 살 백인혼혈아예요” 

엄마는 뒤로 자빠질 뻔 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침착하게 웃으면서

“아 그래? 보고 싶구나. 한번 데리고 와 봐” 내 아들은 총각인데, 엄마는 심장이 후들거리다가 온몸이 굳어버리는 것 같았단다. 그런 일이 있다고 말만 들었지, 금쪽같은 내 아들에게 라니? 만나보니 한인 2세. 

  아들이 따로 살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녀와 그녀의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단다. 청천벽력이란 말이 바로 이런 것인가? 어쩌겠나? 시치미를 뚝 떼고 

“한 2년 정도 함께 살아 봐, 살아보고 그래도 그녀와 네가 평생 살아도 좋을  것 같다면 그때 결혼해” 무엇보다도 아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면 안 되겠기에, 문드러지는 가슴을 안고 세월이라고 살다보니 2년이란 시간이 엄마를 80먹은 할머니처럼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2년 후 간단한 결혼식을 하고 그녀의 아들도 내 아들의 호적에 올리고, 현재는 나의 친 손주도 둘이나 낳아 잘 살고 있단다. 한때 나하고 가깝게 지냈기에 

“요즘 어떠세요?” 묻는 말에 

“제 아들이 행복하다니 저도 행복해요” 힘없이 살짝 웃으며 이제는 마음이 편안하다고 한다. 오직 내 아들이 영원히 행복하기를 바란다며.......

어쩌면 인생의 정답을 말해준 그 엄마에게 진심으로 찬사를 보낸다. 정말 무어라 표현 할 수 없는 감동이다.  


3. 토론토에 90이 넘은 어머니께서 콘도에 혼자 사시는데, 미국에 사는 딸이 저녁 7시 반이면 전화로 매일 한국문학 책에서 어떤 글을 골라 한 20분 정도 읽어준다고 한다. 어머니께서 문학을 좋아하시니까 함께 있어 주지 못하는 딸이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는데, 한 1-2년 정도 된 것 같다고 하신다. 꼭 시간을 맞춰 전화해서 발음을 똑똑하게 읽어주는 딸이나, 그 읽는 소리를 귀를 바짝 세우고 듣는 어머니나, 이 일이 한두 번으로 끝난 일이 아니기에 보통일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매일 한결같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이런 효녀가 있나? 나는 내 부모에게 어떻게 했나? 참말로 감동이 아니면 무엇인가?

4. 토론토에서 열 살 된 딸 하나와 부부, 이 세 식구가 주택에 살면서 직장에 나가는 젊은 남자 한 분에게 방 하나를 렌트했는데, 10여년을 넘게 살다보니 가족 같고 동기간 같은 마음으로 정이 들었단다. 이해가 간다. 

  집주인이 밴쿠버로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렌트 살던 분이 따라간다고 한단다. 직장은 어떻게 하고? 그만 두고 거기 가서 다시 직장 잡으면 된다고 했단다. 세상에 얼마나 정이 들었으면 집주인 따라서 밴쿠버까지? 결국은 남 아닌가? 집 주인 부부가 얼마나 잘해 주었길 래? 아니면 렌트 사는 분이 얼마나 잘했길 래? 서로들 얼마나 잘 살아왔길 래,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나? 세상에 감동이 아니면 뭐라고 해야 하나? 나도 따라가면 될까? 


5. 역시 토론토에서의 일이다. 모든 엄마들이 다 엇비슷하지만, 내가 아는 이 엄마는 자녀가 아들만 하나인데, 오로지! 일구월심! 노심초사! 이 아들의 장래를 위하여 한순간도 방심한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자식을 낳았으면 그 애가 평생 무엇을 하고 살아야 의식주 걱정 없이 올바르게 살까? 를 하나님께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여 잠자기 전까지, 적어도 전문직으로 자립할 때까지는 세심하게 보살펴야 되지 않겠냐는 것이 자기의 생각이란다. 그 일을 하는 것이 엄마의 인생이 아니냐고 반문하니 꼭 맞고도 남는 말이다. 

그 엄마의 목숨을 걸고 인생을 건 지극정성 덕택인지 아들은 의대에 들어가 어느 과를 졸업했고 레지던트 중이란다. 

지금까지 학교 가는 아들과 직장에 나가는 남편의 점심을 갖은 정성을 다해서 근30여년을 쌌다는 것이고, 아들과 남편은 점심을 사먹은 일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희생이 기본인 정확한 사랑, 생각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행동한 엄마다. 젊음을 불태운 노력 끝에 성공,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은 이를 두고 한 말인가? 저절로 되는 일이 어디 있나? 참말로 오로지! 일구월심! 이다. 누구는 자식 뒷바라지 열심히 안했나? 이 정도면 정말 성공! 대단한 엄마! 감동이 넘친다. 


6. 온타리오 주 시골 쪽에서 가게를 하는 50세가 넘은 한국남자분이 혼자 사시다가 한국에서 오는 여자 분과 재혼을 했다. 한 3개월 정도 살았나? 어느 날 아내가 쓰러져 911 전화해서 병원으로 갔다. 한 달 쯤 있다가 퇴원했으나 또 쓰러져 병원으로, 집과 병원을 오고가기 여러 번 하던 중 치매가 오더니 심해져서, 남편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 토론토에 있는 양로원으로 모셨다. 그동안 아내가 그토록 소원했던 한국에 있는 아내의 아들도 오라하여 전문대학을 졸업시켰고 장모님도 모셨는데, 결국 재혼하여 3개월 살아보고 5년 만에 아내는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도 거창하고 성대하게 해주는 것을 보았다. 이 남자 분은 어떤 말도 없었다. 기가 막혔으니 무슨 말을 들을 수가 있을까. 

  내 친구들과 옆에서 보다가 운명인가? 숙명인가? 감동이라는 말 밖에는 떠오르는 단어가 없었다. 


7. 토론토에서 401을 타고 서쪽으로 가다가 키플링으로 빠져, 알비온 로드를 만나 한 10분 정도 서북쪽으로 가다보면 소파 만드는 작은 공장이 있다. 그곳에는 인도인 3형제가 동업을 하는데, 일하는 분들도 모두 인도 사람들이다. 둘째 아들을 중심에 두고 형과 동생이 일사분란하게 일을 하는데, 뒤쪽 창고에 가보니 소파 만드는 재료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둘째 아들이 처음으로 캐나다에 와 가구 공장에서 일하며 기술을 배워, 형네가족과 동생네 가족을 캐나다로 불러와 소파공장을 차려 함께 일하여 돈 벌고 사는 것이다. 너희들 형제간에 싸움 해본 일 있어? 물어보니 한 번도 싸움을 해본 일이 없다고 한다. 한국인들끼리 혹은 형제간에 동업하다가 싸움으로 번져 법정까지 간일들을 한두 번 봤나?  

삼형제의 동업이 잘 되어 돈 많이 벌고 잘 살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고, 생판 남이라도 맛있는 것 잔뜩 사주고 싶은 심정이다. 마음들이 예뻐 잔잔한 감동이 파문을 인다.   

  살다보면 위의 열거한 일들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일들로 감동받은 일은 수없이 많다. 남들로 인하여 감동을 받지만, 사실은 나도 저런 경우에 처한다면 그렇게 살고 싶다는 말이다. 

  인생을 걸고 목숨을 걸어 최선을 다한 감동의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진대, 70이 훨씬 넘어 활동할 시간이 유한하지만, 절실하고 절박한 가치를 찾아 시간과 정열을 쏟고 싶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야 어떤 감동적인 삶을 살아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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