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님 한 분이 계십니다.
0 0교회의 초창기부터 계시면서 성가대 대장으로 봉사하고, 위임하고 이임하는 여러 목사님을 섬기면서 교회의 크고 작은 일에 열성을 다 한 장로님입니다.
여행을 즐기고 특히 사진술에 뛰어나 여행지의 역사적 배경을 사진과 함께 신문지상에 올려 줌으로서 막연히 여행을 즐기던 평범한 사람들의 여행의 안목을 넓혀주고 즐거움을 더해주시던 분입니다.
우연히 지면에 올린 글을 매개로 의견을 나누다 문우의 정이 깊어진 분입니다.
성지순례의 글을 읽다가 '롯의 아내의 소금기둥'에 대하여 나의 생각은 그게 아니었다고 이견을 말하자. '아 그 사람들(여행 가이드)이 나에겐 다른 장소를 보여 주었구만..' 웃기는 유머가 풍성한 분이기도 합니다. 해박한 성경지식과 상식으로 내 글에 대한 피드백과 멘토의 역할을 많이 하여 나에겐 참으로 귀한 분입니다.
암으로 투명 하신다는 것과 얼마 전 시니어 레지던스로 이사를 하여서 새 환경에 적응하느라 여념이 없다는 소식을 들은지 오랜만에 메일이 왔습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소식을 못 드려 죄송합니다. 일상의 사소한 일도 다 소식이 되어 오가는 정이 될 수 도 있겠지만 저의 경우에는 결국 저의 병세가 똑 같은 이야기로 되풀이 될 뿐만 아니라 그 동안 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기도 해서 글을 쓸 힘도 없고, 조금 더 나은 시간이 오면 모든 지인들께 함께 알려야겠다고 미루다 보니 이리 되었네요.
0월 0일 함께 지내던 집 사람이 요양원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점점 심해지는 치매끼로 제가 보살피기에는 점점 힘들어지던 차에 오래 전에 신청해 놓은 요양원에서 마침 자리가 났다고 해서 집 사람을 들여 보냈지요. 마치 고려장터에 내려놓고 오는 몹쓸 기분이었습니다. 하긴 지금 있는 은퇴자 거주지 역시 조금 환경이 좋은 것일 뿐 고려장터이기는 마찬가지라는 느낌입니다. 집사람을 보내고 보니 넓은 방들이 더 황량하게 넓어 보이고 경비는 경비대로 비싸기에 혼자서 지낼 수 있는 곳을 물색하다가 0월 0일에 다시 이사를 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몸이 성치 않으니 이사 자체가 엄청 힘겨운 일이 되었네요. 물론 애들이 도와 주기는 하지만 그 또한 마음 같지가 않으니..ㅎㅎㅎ 제 성격 탓이겠지요,
이런 와중에 어제는 암 전문의로부터 선고를 받았습니다. 지금 받고 있는 키모치료가 별 효과를 못 내어 뼈에, 그리고 림프로 전이가 되어 더 이상 치료에는 의미가 없어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모른다고 하네요. ㅎㅎㅎ.
저는 저대로 준비하고 있었던 이야기를 들은 셈이지요. 앞으로 통증을 얼마나 견뎌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이사를 간 후에는 그 동안 못한 지상의 삶을 호숫가에서 열심히 해 보려고 합니다. 주님의 뜻이 여기까지라 하여도, 아니면 조금 더 연장시켜 주시더라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감사함으로 받아드릴 뿐입니다.
0 0님과 문우의 정을 더 쌓기도 전에 이리된 점이 많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리고 계획하였던 연재를 시작도 못하고 이리되어 그 또한 아쉬움이지만 이 또한 주님의 뜻이겠지요...
호탕한 웃음 뒤에 숨은 한숨이 내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솟구치게 하였습니다.
주님의 뜻은 헤아릴 길 없지만 사모님은 전문직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손에 맡겨져 다행입니다.
계획하셨던 글 오늘부터 한 편씩 쓰세요. 교정 보실 생각은 말고 그냥 쓰세요. 무조건 무자비하시기만 한 주님이 아니시기에 기필코 완수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제 돌아갈지는 모르겠으나 이제는 남기고 가야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 됩니다. 주님의 시간은 한 시도 헛되지 않다는 믿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끝까지 힘 내세요.
내가 네 기도를 들었고 네 눈물을 보았노라 내가 너를 낫게 하리니(왕하20:5)
네 눈물을 보았노라 내가 네 수한에 십오 년을 더하고(사38:5)
주여. 그의 병을 낫게 해주시고 수한에 십오년을 더하여 주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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