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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중앙일보
글사랑 마을

너랑 나랑

이시랑 2024-05-26 0

Y 계곡 산책길

보라빛 풀꽃 하나 


굽은 허리 

앉은 듯 서서

오는 이

가는 이 

반기는 이쁜 미소


운동화 발톱에 

할퀸 상처

“ㄱ”자 허리에 업어 키운

딸이 꽃이 되었단다


넌 이름이 뭐니 

난 그런 거 없어 

무명초 그냥


오 무명인, 나

우리 동무 하자


이름 없는 것들

끼리 끼리


너랑 나랑

감빛 익어가는 서산에 

저녁 해 걸쳐 놓고


난 

잘 발효된 진갈색 

고독 한 방울 


넌 

울먹이는 저녁 

이슬 한 방울 


 짱-

아페리티프( Aperitif )를

마시며 취해 보자


그까짓 이름

없으면 어때

가벼워 좋은 걸


어느 들녘 구들장에

너랑 나랑 나란히 누어


고독과 고독의 입술 포개

하늘 한 자락

주-우-욱 끌어당겨

따스히 덮고 누우면

거기가 안방이잖아


난 

오늘 여기

내 꿈 하나 

문패처럼 걸어놓으련다


집으로 오는 길

애벌레 한 마리 몰래 합승하여

내 등에 흐르는 햇물

꼭꼭 찍어


달 마을 먼 고향에  

소식을 쓴단다

꼬물꼬물


그리워

미치겠다고


오 너도 어쩔 수 없이

걸렸구나

그 전염병


지독한 그리움

알지 나도


어느 초록의 가지 끝

하늘 푸르게 가까운

꿈 하나 매달아 놓아 봐


외로운 네 영혼 

치유(治癒)하는 



*Y 계곡은

토론토 미드타운을 지나는 가끔 물오리 가족 놀러 오는 내 이웃에 있는 계곡.

yellow creek ravine, at yonge and St. Cl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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