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시작하는 오늘 하루
재정적인 노인학대 심각한 문제
오늘 하루를 눈물로 시작하는 실버들이 있어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필자 주변의 한인 실버들은 한결같이 일제시대의 어려움과, 전쟁의 참상과 굶주림을 겪으면서, 오로지 처자식을 먹여 살리고 교육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바친 사람들이다. 그리고 보다 나은 삶의 환경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척박한 이민의 땅에 와 갖은 풍상을 겪으며 오늘에 이른 공통점을 갖고 있는 우리 시대 부모의 모습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1.5-2세는 이런 부모의 희생과 헌신을 잊은 채 오직 자기들의 이익만 추구하면서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병들고 연약해진 부모의 재산을 탐내고 가로채려는 모습을 심심찮게 듣고 보게 되면서 서글픈 마음이 든다.
실버들이 털어놓는 말 못할 고충을 예로 들어본다. 6살에 부모를 여윈 17살 청년이 월남전 해병대 파병 1진으로 가서 전선에 투입되었다. 함께 간 60명 중 오직 3명만 살아남은 이 전투에서 그는 미국무성 무공훈장을 받았으나, 월남전에서의 살상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선교사가 되어 월남에 들어갔다. 하지만 월남선교사 시절 무더위로 병을 얻은 아내는 몆년전에 세상을 떠났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기 전 유언에 따라 재산을 3등분하여 두 아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두 아들은 모두 북미주에서 성공하여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두 아들이 아버지에게 새 차를 사준다는 약속을 받고 새차 대신 아들에게 다소 재정적인 짐을 덜어주기 위해 값싼 중고 차를 산 다음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순간 며느리로 부터 오해에 오해를 받아 두 며느리와 다툼이 있었을 때 두 며느리로부터 시아버지를 향한 절교 선언을 당한 잠못 이루는 시아버지의 사연을 듣고 필자는 안쓰러운 마음을 금할 길 없었다.
부모 재산이 있을 때는 명맥이 유지되었던 부자관계 였는데, 재산을 넘겨주고 나니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관계가 끊어지는 것을 본다. 또 한 실버는 두 아들에게 비즈니스를 세워주고 사는데 지장 없게 만들어주었는데, 엄마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으니까 아들들이 부모 재산을 자신들 명의로 넘겨달라는 요구를 노골적으로 해서 그 충격으로 눈물로 밤을 지새운다고 한다.
필자가 한국노인회에서 20년 봉사하면서 여러 실버분들과 상담을하고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하는데 앞장서면서 절실히 느낀건, 이 시대 노인들이 눈에 보이지 않게 식구들로부터 학대를 당한다는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부모의 재산을 빼앗고 나서 팽개치는 재정적 학대는 심각한 수준이어서 우리를 슬프게 한다. 한국노인회가 아침 9시에 문을 열기도 전에 버스 타고 와서 문 앞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한 실버들은 모두 어디다 말할 수도 없는 심정을 토로하고 하소연 하기 위해 발걸음을 한다. 자식들의 간곡한 권유로 전재산 다 가지고 와서 자식에게 주었건만, 자식과 며느리의 학대로 버림을 받고 오갈 데 없어진 처량한 신세가 되어 정부 아파트라도 얻게 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하는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젊은 날의 화려한 시간은 흘러가고 70넘어 80 넘어 90을 바라보는 노인들의 남모르는 슬픔을 알아주는 이 없어 서글프다.
경제적 방임 또는 학대는 주로 자녀 등 가족이 노인의 금전에 관한 경제적 결정권 및 통제권을 빼앗을 때 발생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노인 학대를 가족들과 같이 신뢰할 수 있는 관계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행위 또는 그 이후 적절한 조치의 부재로 정의한다. 자식에게 돈을 다 주고 난 노인들은 대개 극진한 봉양을 받기 보다는 정신적, 신체적. 정서적, 심리적 학대는 물론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방임이라는 학대를 당하며 괴로워한다. 토론토대 연구에 따르면, 10년 간의 재정적 학대 발생률이 8.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노인 학대는 피해자들이 가족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여 학대 사실을 밝히기를 꺼린다는 문제가 있다. 캐나다의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2036년까지 4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한인사회에서는 교회를 중심으로 노인학대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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