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쌓이는 밤
눈이 내린다
사정없이 내려 쌓인다
쓴맛과 단맛을 구별짓지 못하는
눈보다 더 무거운 일방통행을 앓는다
자기가 생각했던 그림처럼 사는
그런 삶은 없다
폭풍의 거리를 지나듯이
마주치거나 만지면 안 되는 것처럼
제 그림자 뒤에 저를 숨기는 것이다
눈이 많이 내리면 보리풍년이 들겠지
귓속말 같은 시절이
떠나버린 여자를 불러들인다
우산은 눈을 받지만
눈은 금새 우산을 베어버리고
성큼성큼 걷는 발길이
옆으로 자라면서 손목이 시큰해진다
눈바람에
돌아오지 않는 달빛과 여자사이
그림자 밑으로 하얀 눈발이 누운 채
덜덜거리지만 하고싶은 말이 있었다
함부로 하지 못하는
다시 묻지마라
자꾸만 모자란 말속에서 달은 뜨지만
제목소리가 눈 속에 파묻히면서
오로지
잔인한 고요의 시작과 끝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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