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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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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자 수필집

달리자 베엘아

홍성자 2020-12-03 0

   “헬렌! 나를 따라와 봐요”다이안(승마장 주인여자)은 싱글벙글 그러면서도 조심스럽게 살살 걸음으로 앞장선다. 

마구간으로 들어서면서 

“베엘이 오늘 새벽에 수놈 한 마리를 낳았어요.”

“어머나, 우리 베엘이 애기를 낳았군요.”몸은 힘이 없어 보이고 눈은 허여멀건이 나를 바라다본다. 아마도 

‘헬렌 왔어요? 나 죽겠어요.’하는 눈빛이다. 

 얼마나 힘 들었을까? 짐승이라고 해산의 고통이 왜 없을까? 엄마의 젖을 머리로 툭툭 받아 치면서 젖을 빨아 먹으며 좋아라 한다. 세상이 어떤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어미는 자식을 유심히 쳐다보면서 말이 살아가야 할 방법들을 가르치려 한다. 이것은 먹지 말고 이것은 먹고, 거기는 가지 말고 이것은 이렇게 하고, 베엘은 순간순간 내 눈을 쳐다본다. 

   나도 말을 쳐다보며 안부의 손 인사를 한다. 

알았어, 너 애기 낳았으니 회복할 때 까지 너 안탄다, 걱정 마라.

  짐승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말은 낳자마자 비척비척 걷다가 몇 시간만 지나면 뛰기도 하니 사람과는 비교가 안 된다. 

 

   다이안은 베엘이 순산 했다고 만면에 웃음꽃이다. 말이 새끼를 낳을 때쯤이면 주인은 잠을 잘 수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말이 순산하면 좋지만, 난산이 되면 잘 나오도록 팔을 걷어붙이고 도와주어야 한단다. 남편과 함께 웃옷을 벗어버리고 맨 두 팔로 말 자궁에 손을 뻗쳐 넣어 새끼를 잡아 빼야하기 때문이란다. 수의사를 부르기엔 말들이 많아 다이안 내외는 해산관 노릇이 수의사보다도 더 노련하단다.

  말은 풀 뜯어 먹고, 마른 밀대 짚을 먹지만 근육이 아주 단단하다. 말은 또 당근을 좋아 해서 말갈기 휘날리며 숲속이나 벌판을 달리다가 당근 밭이 있으면 방향을 확 틀어 당근 밭에 들어간다. 커다란 코를 벌름 벌름거리며 당근을 먹는 것을 보면 너무 맛있어 냠냠거린다. 엄청난 힘과 달리는 속도가 말의 자랑인데, 말을 타고 안장에 오르면 천하가 내 손에 들어 온 듯 권력이 생긴 기분이다. 그래서 말 타면 종 부리고 싶다 했는가. 


  말은 먹을 때 아래위로 먹거나 찧어 먹지 않고 좌우로 갈아먹기 때문에 이빨이 한쪽으로 날카롭게 날이 선다. 사람이나 모든 짐승들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말의 이빨은 말의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소나 말을 사고 팔 때는 이빨을 보고 산다고 하지 않는가. 


  마구간은 물론 말들이 있는 곳엔 여기 저기 물통이 있다. 히히힝! 거리며 물도 많이 마시니 소변양도 엄청나다. 쇠파리들 때문에 커다란 파리채로 말 몸에 붙은 쇠파리 잡아주는 일은 올 때마다 필수다.

  말에게서는 말이 나오고 사람에게서는 사람이 나온다. 내가 보는 갓 태어난 망아지가 저리도 귀여운데, 베엘도 제 자식을 귀엽다고 보는 눈이지만 저것을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며, 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 고민하는 얼굴로 바라보는 것 같다. 

생명이란 신기하고 신비롭고 참으로 놀랍다.


  베엘아! 어서 일어나라, 달리고 싶다. 내 인생 말처럼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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