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과 관용의 리더십 보여주길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극단적이어서, 마치 정치적 이념을 달리하는 양대 진영으로 나뉘어 마주보고 달리는 치킨게임을 보는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을 둘러싼 탄핵과 형사 재판은 국론을 크게 갈라놓았다.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반대자들 간의 갈등은 점점 격화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정치적 대립을 넘어서 사회적 분열로 확산되고 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 간의 이해와 대화는 점점 어려워져서 원수처럼 으르렁거리고, 사회적 갈등은 점점 더 깊어만 가며, 마치 내전과 같은 양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우리는 역사적 교훈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의 의식과 행태를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는 왕위 계승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과 권력 다툼이 자주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아버지 영조의 명에 의해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이한 사건을 들 수 있다. 사도세자는 당시 정치적 갈등과 노론 소론 당파 싸움이 얽히고설켜 결국 희생양이 되었고, 역사는 이를 비극으로 기록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법치 국가로서 발전해 왔다고는 하나, 전직 대통령이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상황이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한다.
법은 공정해야 하며,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은 법치주의 기본원리다. 그러나 법이 공정하다고 해서 반드시 엄격한 처벌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국가를 이끌었던 지도자가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동안, 가혹한 구치소에 가둬놓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생각해 봐야 한다. 사법당국은 윤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주는 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법의 균형과 인간적인 존엄을 동시에 살펴봐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대통령이든 일반 국민이든, 피고인은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윤 대통령이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설 연휴 기간에 130만 명 이상의 국민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소식은 우리 사회의 정서적 단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법적 심판을 받는 중인데, 정작 국민들은 이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마치 다른 세상 일처럼 행동하는 모습은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국가 지도자가 재판을 받는 일이 일어나면, 사회 전체가 그 의미를 되새기고 교훈을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 국가의 중요한 사안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단순히 전직 대통령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법과 정의, 그리고 국민의 정치적 성숙도 전반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쟁하다가도 휴전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높은 차원에서 통합과 관용을 베푸는 멋진 대한민국을 소망한다. 글로벌 시대에 대부분의 역대 대통령들을 감옥에 넣거나 불행하게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이제는 정치적 이유로 대통령을 감옥에 넣거나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과거처럼 대통령이 감옥에 갇히거나 불행을 겪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는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 차제에 대한민국 국민성에서 자기들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연거푸 감옥에 잡아넣는 DNA를 아예 없애버리면 좋겠다. 대한민국 국민이 따뜻한 국민이라는 걸 세계에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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