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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중앙일보
홍성자 수필집

도 전

홍성자 2021-08-26 0

  하면 된다, 안되는 게 어딨어? 


  저력을 보여야 한다. 언제까지나 이민자, 향수에 젖은 이방인? 낯선 땅? 이라니 웬 말인가? 캐나다에서 살기로 작정하고 한국에서 이사 온 캐나다 시민권자들이 아닌가? 우리나라가 어디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캐나다가 우리나라다. 이곳에서 살고 이곳에서 묻힐 것이다. 무엇이 두려운가, 이상을 하늘 높이 올려야 한다. 


  2018년 12월 7일 저녁 7시, 광역 토론토의 마캄 극장에서 마캄 시의원들의 취임식이 있어 참석하게 되었다. 이름 하여 취임식이라니 한 나라의 대통령이나 수상의 취임식 같은 기분이 들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하기야 요즈음은 교회에서도 장로 취임식이란 말을 많이들은 바지만, 이제 초등학교의 학급 줄반장도 취임식이란 말을 하게 될지? 

  시의원들의 선서식은 거의들 짧게 했지만, 골자는 자기의 임기 동안 절대로 돈을 먹지 않겠다는 서약이다. 노골적인 표현에 박수를 보냈다. 거기 나온 새 시의원 12명중에 영어 발음 따따따 중국인이 3명이었고, 우리 한국인이 없다는 것에 속이 뒤틀렸다. 기도도 무슬림목사가 했으며 2시간 반에 걸쳐 거대한 취임식이 끝났다. 캐나다는 170여 국가로부터 온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나라, 기독교 목사만이 기도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캐나다는 보여 주고 있다. 


  캐나다 땅에서 한인 후손들이 이곳 주류사회에 들어가 활동하기를 바란다면, 먼저 이민 1세들부터 캐나다 주류사회에 애정 어린 관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 

  캐나다는 멜팅팟이라는 미국의 문화와는 다르다. 모자이크문화로 한 국민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자기 모국의 문화를 지키면서, 이 나라 주류사회 어디에도 도전할 수 있는 좋은 나라다. 야무진 꿈과 거대한 야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자기 주관을 뚜렷이 세우고 방향을 설정하여 한국사람 뿐만 아니라, 다른 민족의 정치 선배들이나 그 분야의 선배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인맥도 쌓아야 할 것이다. 오늘 마캄 시의원 취임식엔 다섯 번 도전하여 당선된 분이 있다. 시의원 선거가 매 4년마다 있으니 즉 20년 만에 빛을 보고, 이번에는 연속 세 번째 시의원을 하게 됐다고 박수소리가 요란하다. 그렇다면 자타가 공인하듯 우리 한민족은 어느 면에서도 대단한 민족이 아닌가. 귀찮다면 프로에서 내려온 것이다. 왜? 아마추어로 사나?


  밤늦게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토론토의 일간 신문들을 보니 다소 위로가 되는 소식이 있었다. 토론토 에토비코 예술 고등학교의 벽에 그려진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 퇴치를 위해 한인 1.5세 강민서( 9학년, 14세) 양의 노력으로, 예술학교 측은 페인트 시공업자를 불러 겨울 방학 전에 일본의 전범기인  욱일기를 지우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14세인 강민서 양이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는다는 정신이 불같이 일어나니 부모님은 물론 토론토의 총영사관이나 학교 측에서도 협조한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16세 유관순 언니가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 서울 남대문 역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던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한인 타운에 있는 공립학교 로버트 F. 케네디 커뮤니티스쿨 체육관 외벽에 그려진 ‘욱일기’ 문양 벽화가 한인사회의 노력 끝에 지워진다고 하니 그 또한 반갑기 그지없다. 


  캐나다 오타와 출신으로 한인 2세, 미국에서 활약하는 여자 영화배우 샌드라 오 (46세) 가 2019년 1월 6일 미국 배벌리힐튼에서 열리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의 사회를 코미디언 앤디 샘버그와 공동 진행자로 됐다는 소식이다. 샌드라 오는 한인은 물론 아시아계로는 처음으로 골든 글로브 시상식 진행자가 된다니, 길쭉한 얼굴이 오늘은 왜 그리 예뻐 보이는지 그때 할 중계방송이 울렁이는 가슴에 기대가 크다.  


  물론 조성준(캐나다 온타리오 주 노인복지부 장관), 헬럴드 김 (온타리오 주 오로라 시의원), 스탠 조(조성훈, 온주의원) 등, 자랑하려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도전이라는 말이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사실 27세로 늦은 나이에 캐나다 유학생으로 온 내 남편 홍중표씨는 주류사회에 굴하지 않는 집념을 가지고, 도전에 도전을 하여 시민권 판사 임기 5년을 마친 후, 치안판사 16년, 합하여 현직 판사생활 21년을 했다. 한인으로는 최초요, 유일한 분으로 이민 1세라는 점이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더욱 분발해서 캐나다 수상에도 도전해야 함은 물론, 주인의식을 가지고 영역을 넓혀야 한다. 

  영어? 하면 된다. 따따따 중국식 영어나 뚜뚜뚜 인도식 영어도 통하는데, 움츠리지 말고 서로 이끌어 주며 밀어주는 통 큰 도전을 하자. 어차피 인생은 도전이다.


  “캐나다 속 당당한 아시안 되어라”도 멋진 말이지만, 캐나다 속 당당한 한국인이 많이 나와서 여기도 취임식! 저기도 취임식! 얼마나 프라우드 한가!

  캐나다 주류사회 어디를 가 보아도 한인이 잡고 있어야 한다는 욕심만이 두 주먹을 불끈 쥐게 한다.

                                                   (201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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