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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의 영화 이야기

돈 낳는 황새와 다리 찢어진 뱁새들

2020-07-30 0

2012년 개봉한 마블의 어벤져스. 생긴것도 성격도 전부 다른 초인들이 지구를 지키겠다는 일념 아래 뭉쳐 외계인들의 침략을 막아낸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수년간 쌓아온 수퍼히어로 영화의 팬들에게 제데로 어필하며 공전의 대 히트를 기록했다. 이 성공으로 마블은 수퍼히어로 액션 블록버스터의 존재를 대중에게 확실히 어필하며 영화들 간의 연결된 세계관, '시네마틱 유니버스' 의 개념을 확립한다.

한편 이와 같은 성공을 눈여겨본 다른 제작사들은 자신들만의 돈 낳는 거위 '시네마틱 유니버스' 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모든것이 프랜차이즈거나 리메이크가 되어버린 작금의 블록버스터 영화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소개해보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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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만화계의 양대산맥을 뽑자 하면 마블과 DC를 예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슈퍼맨, 배트맨 등 상품성 있는 캐릭터들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마블과 같은 통일성도 없고 작품성이 특출한 영화가 많이 나온것도 아닌지라 마블에 비하면 영화계에서의 입지는 훨씬 약하다. 특히 DC의 어벤져스를 꿈꾸며 제작된 '저스티스 리그' 는 매력없는 캐릭터들과 틀에 박힌 스토리로 비평가들과 관객 모두에게 외면받은 전적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DC의 캐릭터들을 썼지만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속하지 않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삼부작이나 2019년 개봉한 '조커' 는 작품성과 상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매우 성공적인 결과를 거둔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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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늑대인간 등의 캐릭터들이 큰 인기를 끌면서 이들이 함께 출연하는 영화를 제작하는 등 유니버설 픽쳐스는 이미 1931년부터 영화간의 공유되는 세계관을 시도한 적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원조 유니버스' 인 그들은 지금 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고전문학과 고딕 호러에 기반한 고리타분한 캐릭터들이 젊은 관객들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탓도 있지만 이들을 억지로 밀어주기 위해 제작한 영화들마저 형편없는 작품성으로 흥행은 커녕 실패만 거듭하고 있다. 특히 2017년 개봉한 미이라는 톰 크루즈같은 특급 스타를 내세웠음에도 처참한 패배를 거두고 그 해 최악의 영화 반열에 들며 안그래도 어둡던 다크 유니버스의 앞날에 빛을 밝히는데 실패했다. 이후 신작조차 나오지 않는 지금 다크 유니버스는 사실상 사망 단계에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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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년의 고질라 대 킹콩, 65년의 프랑켄슈타인 대 바라곤 등 거대한 괴수들의 대격전은 대중에게 어필하는 전통적인 소재였다. 레전더리 픽쳐스에서 추진하기 시작한 고질라의 리메이크를 필두로 시작된 몬스터버스는 거대한 괴물들이 마천루를 쓰러트리며 일기토를 벌이던 옛 괴수영화들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

몬스터버스의 괴물들 역시 젊은 층에게 전같은 어필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다크 유니버스와 비슷한 고충을 겪고 있다. 또한 고질라와 킹콩을 제외하면 관객을 견인할 큰 이름도 없을 뿐 더러 주인공인 괴물들에게 집중하진 못할 망정 누구도 기대하지 않는 인간들의 스토리로 영화를 이끌어 나간 최근의 작품들 때문에 흥행도 간신히 본전치기에 그치고 있어 프랜차이즈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야심작으로 준비한 '고질라 vs 콩' 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극장가에 발길이 끊기면서 개봉이 연기되고 있으니 레전더리 입장에서는 통탄을 금할수가 없으리라.

영화사들이 마블같은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영화들에 일관성을 제시해 줄 리더십의 부재나 캐릭터의 매력 부족을 꼽을 수도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저 브랜드 팔아먹기에 집착하는 엉터리 영화들에 있다. 

마블 유니버스의 성공으로 인해 극장가를 찾는 관객들에게 즐거운 볼거리가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독립적인 개성과 완성도를 갖추지 못하고 그저 다음에 나올 영화들을 소개하며 준비해주는 영화의 탈을 쓴 두 시간 짜리 광고들의 범람을 야기하기도 했다. 

영화가 재미가 없다면 관객들은 후속작을 기대하지 않는다. 진심이 담겨있지 않다면 영화는 재미가 없다. 이를 자각하지 못하며 영화를 그저 돈을 벌 수단으로만 보는 이들에게는 성공 또한 요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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