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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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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박성민 2021-03-1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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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봄이면 들에 꽃이 핀다. 

세상은 싸움과 죽음의 연속이지만 

들에 핀 하얀 꽃, 노란 꽃, 보라빛 꽃, 

보는 사람 없이 활짝 피는 꽃을 보면 

멸종이니 멸망 이라는 말 쓰는 것 아니다. 

로마 병정이 방패를 들고 행군하다 쓰러진 

몽고 기병이 활을 쏘며 말 달리다 멈춘 

바람만 달리는 들에 꽃이 피는데, 

키 작은 얼굴 하늘 향해 고개 들면 

햇빛 하늘에서 떨어지고 달리던 바람 

이름 없는 꽃 앞에서 숨을 죽인다. 

어느 생명인들 울음 없이 태어나지 않고 

짧게 살다 쓰러질 때 눈물 흘리지 않는가? 

혁명가는 단두대에서 목이 떨어지고 

병사들은 언제고 오지 않을 평화를 위해 

바다 건너 남의 땅에서 죽고  

사막에도 꽃은 떨어진 피처럼 핀다. 

그들의 흘린 피가 꽃이 된다. 

탐험가는 처음 밟는 정글에서 길을 잃고 

얼음 위 눈에 파묻히는 발자국으로 남아도 

세상 모든 죽음 헛되지 않아 꽃으로 핀다. 

이 땅은 언제나 바람부는 들판인데 

이름 모르는 꽃으로 피고진다. 

어느 땅에 피고 지더라도 노래 부르리 

들에 핀 꽃처럼 살아있음의 기쁨을 

죽어가고 있음의 아름다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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