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랭이가 배추를 찾았다. 무슨 라면 레서피에 알배추를 넣는데 너무 맛있게 보인다나 하면서 말이다. 토론토에서 알배추를 구하는 것이 무척 쉬운 일은 아니어서 중국 마트 나가는 길에 배추 겉잎을 떼어내고 속 작은 잎들만 남겨 놓은 작은 배추 통 2개가 들어 있는 팩을 하나 샀다. 연한 잎들만 남아 있는 상태여서 잎사귀가 많이 작았으나 딸랭이가 라면 끓이고 나서도 배추는 꽤 많이 남아 부엌 아일랜드 위에서 이틀을 굴러 다녔다.
모닝 커피를 마시러 내려 갔는데 배추가 눈에 띄었다. 커피 한 잔을 내려 놓고 배추 잎 몇 장을 떼어 내었다. 냉동고에서 새우도 몇 마리 꺼내 놓고 시들 시들한 파 한 대도 다듬었다. 덜 매워서 자꾸 처지는 청 고추 하나를 다져 넣고 매운 칠리 고추도 쫑쫑 썰었다. 라이스 페이퍼 한장 깔고 도톰하게 구웠더니.. 매콤하면서 구수하고 바삭하면서도 쫄깃한, 배추를 좋아하지 않는 내 입에도 너무 맛있는 배추전이 되었다. 명절이 코 앞이다. 형식을 따져 치뤄야 하는 명절에서 어느정도 벗어나 있는 곳에 살고 있는 우리가 아닌가. 이번 설에는 배추전인들 어떠하겠는가. 가족들이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라는 편한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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