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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중앙일보
홍성자 수필집

몰 아 沒我

홍성자 2020-12-17 0

  몰아(沒我)의 경지라니....... 

타이틀이 심오하다. 


  글이라고 쓰다보면 나 자신도 잊고 생활의 모든 걸 다 잊는 때가 있다. 어느 것에 깊이 빠져 있는 그걸 몰아의 경지라 하는가? 

  나로서는 사실 그렇다. 쓰면서 느끼는 삶이 더 리얼하달까. 맛을 좀 안다는 말로 풀이되겠다. 


  나이 들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을 줄여야 하는데 그 반대다. 글 속에 나 자신도 모르게 빠지다 보면 화장실 갈 일도 참고 있다가 깜빡 잊을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아이들도 노는데 몰입하다 보면 변을 참아서 실례하는 경우를 흔히 보지 않는가? 강아지도 변보는 훈련을 받고 잘 하다가, 노는데 정신 팔리면 아무데나 실례해서 주인한테 매 맞는 것을 본 일이 있는데 같은 이치다. 

  갑자기 화재 알람이 요란하게 울린다, 어느 집 부엌에서 무얼 태웠나? 왜 이리 소리가 요란한가? 누구네 집인가? 라고 생각하다 냄새가 나서보니 우리 집 부엌이 아닌가? 오마이 갓! 렌지의 불을 끄고 새까맣게 태운 냄비를 베란다에 내 놓은 다음, 집안의 냄비 탄 냄새를 밖으로 내 보내기 위하여 문이란 문은 다 열어 놓고, 선풍기를 세게 틀어 놓으며 왔다 갔다 난리법석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글 속에 빠져있으면 냄새도 못 맡는가 보다. 불날 뻔 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글 쓰는 친구들과 나누다 보니, 그들도 그런 일을 흔히 겪는다며 폭소를 했다. 글에 몰두하는 일은 참으로 무아지경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지, 세상을 떠나 창작의 여행길, 인문학적 애정을 폭 넓게 느껴보기도 하는 작가 혼의 뿌리는 결국 몰아인가? 


  소설 “닥터 지바고”에서 파스테르나크는 어느 시의 구절에서 

“창작이 지향하는 바는 몰아(沒我)이지 화제나 성공이 아니다.

 어쩌다 무지한 인간들의 입담에 

 오르내리게 되었을 때의 억울함이여.......” 


  늘 반성해 본다. 나는 어디까지 와 있나? 성숙하기 까지는 성장과정이 필요한데,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고 언짢은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씁쓸한, 그 과정을 넘어간 자가 글 쓰는 자로서의 올바른 자세요, 창작이 지향하는바 몰아에 들어가는 것이라는데....... 

  몰아의 문턱이 아직도 저 멀리 보일 듯 말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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