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작년 연말부터 겨울이라 함에도 별로 눈이 없었다. 이렇게도 지나갈 수 있겠는가 하고 생각했는데 새해 들면서 강추위와 함께 한 번씩 눈이 온다. 그런데 지금은 또 뜸하다. 눈이란 것이 많이 오든 적게 오든 눈 치우는 작업 역시 보통이 아니다. 치우지 않고 그냥 두면 얼음이 되어 미끄러지게 하고 불편이 이만 저만 아니기에 적게 올지라도 치워야 한다. 적게 올 때는 삽으로 치우는 것이 일상이나 많이 올 때는 대단한 작업이다.
예전에 이미 하나님 앞으로 가신 아버님께서 하신 말씀이 구구절절이 생각이 났다. 우리 형제가 8 남매였는데 하신 말씀이 이랬다. 자식이 열 명이라 해도 심부름을 시키려니 하나도 없더라고. 하하하 바로 그 말씀이구나 하고 새삼 생각이 들었다. 집에 함께 있는 자식들이 있다 해도 모두 직장에 매였으니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은퇴하고 노는(?) 나밖에 없지 않겠는가? 감내하면서 눈을 치워야 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눈이 적게 올 때는 대충 삽으로 치우지만 폭설이 내릴 때는 기계를 사용해야 한다. 기계를 볼 때마다 이 집으로 이사 온 뒤 눈 치우는 데 고생할까 봐 기계를 사주셨던 집사님이 생각이 난다. 팬데믹 기간에 세상을 떠나셨던 그 분. 은퇴할 목사를 미리 내다보셨던가. 기계를 쓸 때마다 그 분을 떠올린다. 실제로 저희 교회에 계시면서도 그렇게 저를 사랑해주셨던 분인데. 오늘도 눈을 치우면서 그 분이 그렇게 보고 싶은 것을 어쩌나? 사랑은 베풀 때 그렇게 기억 속에 남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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