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도의 뜰 모닥불 곁에 서서
태연히 불을 쬐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어슬렁거리며
잡혀 가시는 주님과 거리를 유지하며
주변을 살피다가
모닥불 곁에 선 무리 속에
슬그머니 섞일 수 있었음에 안도하면서
그 모닥불은 따스했고
그 모닥불은 감미로 왔고
그 모닥불은 위대했습니다.
흔들리던 존재감이
지치게 했던 욕망들이
갈구했던 권력과 부와 명예가
나도 그 곁에 설수 있었음이
“너도 예수의 일당이 아니냐.” 는 물음에
손사래를 치며 비겁하게 변명하며
큰소리로 부인한 오늘,
그 소리로 세상이 흔들립니다.
그 소리로 세상이 떠내려 갑니다.
그 소리로 주님을 다시 십자가에 못 박았습니다.
오, “주님,
이제야 비로소 주님말씀 생각나
눈물로 엎드립니다.
뜨거운 이 회개의 눈물이
내 가슴을 적시고
빌라도의 뜰을 적셔
다시 일어나 로마로 돌아갑니다.
다시 일어나 로마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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