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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방정식

이시랑 2024-07-26 0

세찬 장대비 빗줄기가

허공을 못질하듯 

꽝꽝 쏟아진다


누가 대문을 두드리며 외친다

여기 여기요 누가 왔어요


급히 나가보니 

아무도 없고

허공의 못 자국마다

메아리만 걸려 젖고 있다


유리창이 달그락거린다

누가 왔나 내다보니 

밖엔 아무도 없는데


누군가 유리창에 

글자를 쓰고 있다

동골동골 방울방울 암호 같은 

알 수 없는 단어를 쓰고 있다


젖은 빗방울 단어들이

문장을 세로로 길게 썼다가 지우고 

또다시 썼다 지우고

바쁘게 페이지가 넘어간다


저 글자들은 어느 나라 말일까

도무지 알 수 없다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거세게 바람을 잡고 흔드는 

거짓말 거짓말

혼자 가버린…거짓말 쓰고 있네


사랑은 

가끔씩 아름답고

늘 잔인해

그게 사랑의 본질이야


지금 밖에는

빗줄기가 허공에 모여

차이코프스키 비창을 연주한다


이룰 수 없는 비창이 사선으로 

삭아 내린다


그의 찢어지는 심장이

왜 저렇게 

아름답게 울리는가요


사랑에 라이센스가 필요한가요

어느 나라 법이지요

그의 순수한 사랑을

누가 가로챘나요


사랑의 방정식은

1 +1은 1이라고 해요


그대들은 

1+1은 2라고 우기면서

차이코프스키를 죽여버렸잖아요


그가 남자를 사랑하면 

왜 안 되죠


누가 말해보실래요


창밖엔 여전히

비의 협주곡이

비창하게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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