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찬 장대비 빗줄기가
허공을 못질하듯
꽝꽝 쏟아진다
누가 대문을 두드리며 외친다
여기 여기요 누가 왔어요
급히 나가보니
아무도 없고
허공의 못 자국마다
메아리만 걸려 젖고 있다
유리창이 달그락거린다
누가 왔나 내다보니
밖엔 아무도 없는데
누군가 유리창에
글자를 쓰고 있다
동골동골 방울방울 암호 같은
알 수 없는 단어를 쓰고 있다
젖은 빗방울 단어들이
문장을 세로로 길게 썼다가 지우고
또다시 썼다 지우고
바쁘게 페이지가 넘어간다
저 글자들은 어느 나라 말일까
도무지 알 수 없다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거세게 바람을 잡고 흔드는
거짓말 거짓말
혼자 가버린…거짓말 쓰고 있네
사랑은
가끔씩 아름답고
늘 잔인해
그게 사랑의 본질이야
지금 밖에는
빗줄기가 허공에 모여
차이코프스키 비창을 연주한다
이룰 수 없는 비창이 사선으로
삭아 내린다
그의 찢어지는 심장이
왜 저렇게
아름답게 울리는가요
사랑에 라이센스가 필요한가요
어느 나라 법이지요
그의 순수한 사랑을
누가 가로챘나요
사랑의 방정식은
1 +1은 1이라고 해요
그대들은
1+1은 2라고 우기면서
차이코프스키를 죽여버렸잖아요
그가 남자를 사랑하면
왜 안 되죠
누가 말해보실래요
창밖엔 여전히
비의 협주곡이
비창하게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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