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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를 통해 얻는 지혜

박원옥 2024-03-30 0

오래전 일이다. 우리 집에 넷째 시누이가 자그마한 개를 데리고 놀러 왔는데 이 녀석이 그만 우리 집 부엌 바닥에 똥을 쌌다. 


대부분 개는 교육이 잘 되어 있어서 아무 데나 똥을 싸지 않는데 아무래도 이 개는 교육을 받지 못한 것 같다. 그런데 막내 녀석이 물을 마신다고 컵에 물을 따르다가 그만 개똥 바로 옆 바닥에다 물을 조금 엎지르고 말았다. 그걸 본 내가 걸레를 들었는데 똥이랑 엎질러진 물 중에서 어떤 걸 먼저 닦았을까?


우리 집 부엌 바닥은 타일이라서 무척 미끄럽다. 그래서 나는 물을 먼저 닦았다. 왜냐면 똥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밟지 않으려고 피해 갈 수 있지만 물은 거의 투명해서 얼핏 봐서는 눈에 뜨이지 않기 때문에 무심코 발을 디뎠다가 미끄러지면 넘어져 다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화장실 바닥에 조금 엎질러져 있는 물을 밟고 미끄러져서 엉치뼈를 다쳐 몇 달 동안 죽을 고생을 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당연한 행동이다. 


그런데 내가 물을 닦고 있는데 시누이는 휴지를 들고 와서 개똥을 닦았다. 나와는 다른 행동을 한 시누이의 모습을 보며 개 주인의 측면에서 볼 때 아무래도 자기 개가 똥을 싼 것이 눈에 더 빨리 눈에 들어왔겠다고 생각했다.


한참 후에 그때 일을 생각해 보니 내가 지혜롭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걸레와 휴지를 들고 가서 개똥과 물을 같이 닦아 냈어야 하는 거였다. 


우리네 사고방식이 늘 이렇다. 우리는 神이 아닌 온전치 못한 인간들이기에 누구나 자기의 기준에 맞추어 사물을 판단하기 마련이고, 같은 쓰레기라 하더라도 그것을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어떤 것을 먼저 제거해야 하는지 우선순위를 다르게 정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함께 대화를 주고받는 공동체 안에서 의견 대립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명한 대처 방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서로 다른 의견으로 인해 격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그 누구라도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는가를 따지고 들기보다 먼저 상대방이 잘한 점은 칭찬해 주고 자신이 실수한 점은 인정하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시정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어떤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예수의 이름이 너무 판을 친다고 비난하며 개신교를 욕한다. 그리고 그 비난의 뒤에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올바르게 실천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있다. 물론 나도 그 부류에 속해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수할 수도 있고 죄를 짓기도 하는 거니까. 그렇지만 나에게 있어서 예수님의 가르침은 나의 언행을 비춰보며 시정할 수 있게 해주는 거울이기에 일상생활 속에서 그의 이름을 거론할 수밖에 없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나를 돌아본다. 지혜로운 자와 우둔한 자. 나는 어떤 부류에 속해있을까? 그러고 보니 오늘도 교회에 가서 눈물 흘리며 회개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 하나님께서 나에게 지혜를 주십사 기도할 것이다.


스스로 지혜 있다 하나 우둔하게 되어 (롬 1장 2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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