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경험이다. 산길 걷다가 20여미터 앞에서 빡~ 하는 소리가 나더니 큰 나무가 순식간에 쓰러져 길을 가로 막았다. 조금만 더 빨리 걸었으면 비명 횡사할 뻔했다.
갑자기 쓰러지는 나무는 대부분 속이 썩은 나무다. 겉으로 봐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속은 썩고 있었다. 그러니 갑자기가 아니고 사실 서서히 쓰러질 준비를 하고 있었던 나무다.
우리 주변에도 썩고 있는 나무들이 있다. 자세히 보면 그 징조가 보인다. 겉이 푸석푸석하고, 껍질에는 곰팡이가 피고, 칡덩굴이 감아 올라가고, 바람에 흔들려 유독 삐걱삐걱 소리가 많이 난다. 공원을 관리하는 곳에서 유심히 살펴보다가 내부를 확인 후 잘라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하지만 관리소에서 모든 나무를 다 살펴 볼 수는 없는 것. 그래서 가끔씩 사고가 나서 애꿎은 등산객이 피해를 입기도 한다.
산을 다니는 사람들은 조심해야 한다. 바람부는 날과 큰 눈 온 날은 산에 가지 않는 소극적인 대처 방법도 있지만 평소 산행 중 유심히 살펴 보다가 등산로 주변에 위험한 나무를 발견하면 관리소에 신고하는 적극적인 방법도 있다. 좀 귀찮을 수도 있겠지만 나도 살고 남도 살리는 좋은 방법이다.
세상이 시끄럽다. 이미 쓰러졌거나 지금 부러지면서 여럿 다치게 하는 나무들 때문이다. 이미 입은 피해는 어찌어찌 복구한다고 쳐도, 문제는 곧 쓰러질 조건은 갖추었지만 겉은 멀쩡해 보이는 나무들이 아직도 많다는데 있다.
집안에 있으면 안전하니 방에서 뜰에 핀 꽃 보는 방법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갑갑해서 들로 산으로 바람 쐬러 가는 사람들은 이왕 살피는 자연, 좀 더 자세히 보면서 썩어가는 징조 보이는 나무들 찾아내는 것이 나도 살고 너도 살리는 좋은 방법이다.
한가지 더, 가끔씩 내 집이 이웃집 정원에 서 있던 나무가 쓰러져 피해 입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내가 미리 문제점을 이웃집에 알려서 조치 요구하지 않았다면 이웃에 보상 요구 할 수 없고 내 집 보험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한다.
세상에는 어디 나무만 썩을까? 사람도 시스템도 사회도 잘못 관리되면 부패한다. 다 같이 살기 위해서 누군가는 결국 좋든 싫든 오지랖 넓다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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