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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케트

홍성자 2022-08-26 0

앙케트

앙케트(enquete)? 소규모의 여론조사, 혹은 설문조사를 말함이다.


10여 년 전인가? 노인 분들이 3-40여명 계신 곳에 갔었다. 한쪽에 앉아있는데 80세가 넘어 보이는 어느 어머님께서 손으로 입을 반쯤 가리고 낮은 목소리로

“이제는 듣는 것도 겁나고 말하는 것도 겁나요” 하시는 것이었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얼른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씀이 생각나는데 말에 대하여 조심스럽게 살아야 한다는 옳으신 말씀으로 새록새록 받아들여진다.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일까.


어느 어머니께서는 항상

“미리미리 해라, 코앞에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기면 낭패 보지 않느냐?“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미루지 말고 미리미리 해두라는 습관의 성공 노하우다.


한국의 고향 친구는 결혼하는 아들보고 하는 말이

“진실하게 살아라.” 라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못 살았으니 너라도 진실하게 살라는 말이란다. 그렇다면 나는 진실하게 살아왔나? 얼마나 위선으로 살아 왔나? 생각사록 정곡을 찌르는 소름이 돋는 말이다. 정직하고 솔직한 그 말이 내 마음 속에 긴 여운으로 남는다.


어느 여자 분은

“최선을 다해서 아낌없이 살았기에 이혼했어도 미련이 없다.”


인터넷에 어록, 명언 등이 많은데, 예를 들면 한국의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회장님의 어록 중에

“이봐, 해보기나 했어?” 등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님의 수많은 어록은 그만두고, 좌우명으로

“경청” 귀와 마음을 열고 일단 들어라.


삼성 신화를 이끈 이건희 회장님은

“성공한 사람을 연구해! 인생교과서야” 등


애플사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어록에는

“우주를 놀라게 하자, 인생을 그냥 살지 말고 인생을 만들어라” 등


위인이나 유명한 사람이 아니면 어록이나 명언에 관한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캐나다 헌법에 쓰여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노인 한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하는데....... 하여 스스럼없는 주변의 아는 분들께 카톡 문자나 전화로 앙케트를 해보았다. 자기만의 어록이나 명언, 자기만의 인생 결론 등, 옆구리 툭! 치면 척! 나오는 말이 있지 않겠느냐며 솔직하게 말씀해 보시라고 하니,


F는 솔직히 말해서 돈이 최고여.


O는 80 넘어 살아 보니 결국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G는 인생은 고독이더라.


G1은 결국엔 돈이야, 돈이 있어야 해.


G2는 인생은 고해입니다.


L은 열정을 다하고 살아라.


K는 사랑 많이 받고 많이 사랑했다.


K2는 돈돈돈 하면 치사하지만 돈 없으면 더 치사하다.


Y는 정직하고 떳떳하게 살아라.


Y1은 뭣이 중헌디? 돈이여.


B는 한 우물을 파라.


M은 박애정신으로 산다.


K2는 마음이 너그러우면 생활도 너그럽다.


J는 할 말이 없다.


J1은 자식에게 죽어도 신세는 안지겠다, 그러니까 돈이 있어야한다.


K3는 눈에 안 보이는 복이 있어야 살아, 복 받게 해.


C1은 돈 없으면 인생 불 꺼진 창이다.


C2는 인생에 자식, 건강, 친구도 중요하지만 돈이 1번이다.


C3는 산다는 것은 뿌린 대로 거두는 거다.


H는 부지런하고 정직하며 똑똑하면 복은 받게 되어있다,


H1은 마음이 팔자다.


H2는 최후까지 나를 지켜주는 것은 자식이 아니라 돈이야.


H3은 늙어서 돈 없으면 꽝이야.


J2는 좋은 맘먹고 살아야 된다.


N은 죽지만 않으면 죽을 만큼 아픈 것도 괜찮다.


여기에서 내가 기대했던 답변으로 자식이나 남편 혹은 아내, 부모, 형제가 빠져있음을 알겠다. 특히 내 또래 여자 분들에게서는 첫째도 자식, 둘째도 자식, 셋째도 자식이란 말이 당연히 나올 줄 알았다. 말씀 중에 포함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목숨 걸고 헌신했던 핏줄들이나 한평생 함께 살아온 부부간 역시 빠져 있음은 참 아이러니하다고 보겠다. 또한 평생 모태교인이니 모태불교인이니 하는 분도, 예수 믿고 구원받으세요! 성불하세요! 라는 말이 없는 걸 보면 말씀 중에 포함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또한 아이러니함을 금할 수 없다. 유교에서 말하는 오복(五福)중에도 자식이나 아내, 혹은 남편. 부모, 형제가 없던데....... 시대가 변해서 그런지 돈에 관한 답변이 제일 많았다.


토론토와 한국에서까지 참여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번 앙케트는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며 남은 날을 보람 있고 새롭게 살아보자는 취지에서 해 보았다.

가까운 분들의 말씀이라서 그런지 피부에 진하게 와 닿는 듯, 나를 돌아보게 하는 아주 재미있고 유익한 설문조사였다.


( 202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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