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박 순두부 찌개
책상을 창 앞에 가져다 놓은 이후부터였을까, 나는 내 2층방 창문을 통해 계절을 본다. 초록이 마술처럼 번지는 봄과 걸음마를 배운 지 얼마되지 않았을 법한 꼬맹이들에게 야구복을 입혀 메이저리그를 방불케 하는 부모들의 함성과 함께 지나가는 여름, 낙엽이 비처럼 내리는 가을, 눈이 가득한 겨울을 말이다. 가끔은 커다란 푸들 어니와 산책을 나가는 옆집 할아버지 옷차림에서 계절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게 몇번의 계절이 이 창을 통해 지나갔는지 모르겠는 사이 내 귀밑 머리도 눈에 띄게 하얘져 갔다.
작업을 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눈 앞으로 낙엽비가 내린다. 바짝 마른 나뭇잎은 땅으로 곧장 떨어지지 않고 이리저리 공중을 떠다니는데 낙엽도 그 잠깐의 시간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인생이 서글펐을까 하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고 보니 내 집 앞을 지나치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많이 겨울 스럽다. 이르게 히터를 틀어 놓은 탓에 집안이 춥지는 않았지만 흐린 하늘 빛과 창밖의 풍경에 괜시리 옷깃을 여미게 된다. 냉장고를 뒤져보니 여름 끝에 따 놓은 뚱뚱이 애호박 하나가 시들어 가고 있었고 순두부도 한 봉지가 보인다. 이런 날씨엔 뜨끈한 국물이 최고라며 구워 먹다가 처진 자투리 돼지 목살을 함께 다져 넣고 순두부 찌개 한 냄비를 끓였다. 그러고 나니 곧 천둥 번개와 함께 비가 쏟아졌다. 겨울이 오려나 보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y0NmtPgsPDPaREaxZF_Q6g
재료
다진 돼지고기 100g, 오일 1.5T, 대파 1/2대, 고추가루 1.5T, 애호박 한 줌, 양파 1/3개, 홍고추 1개, 순두부 1팩, 멸치 육수 2컵,
[양념] 맛술 1T, 국간장 1/2T, 다진마늘 1T, 새우젓 1t, 후추 톡톡
이렇게 만들게요
더 맛있는 제안!!
더 매운 걸 원하면 매운 칠리고추나 청양 고추 등을 넣어 줘요.
고추 기름을 따로 사용할 경우 고추 가루는 나중에 넣어 줘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