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마지막 달력이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온 힘 다해 거실 벽을 붙잡고 있다
가고 싶지 않은 거지
그러나 가야 해, 넌
때 되면, 누구나 가지
얼마 남지 않은
헐렁한 검은 숫자들이
꽉 쥔 주먹을 풀고
하나둘 갈잎처럼 떨어지는
피빛 자리에
기억의 조각들은
새순처럼 푸르게 돋는다
묵은해 가고
새해 오는 하늘 끝 높이
둥글둥글 그리운 얼굴들
예쁘게 띄워
조용히 맞잡은 손
가슴에 모아 기도 바친다
오, 신이시여
나의 사랑하는 이들을
축복 하소서
지금 창밖에 뿌리는
성수처럼 촉촉한 저것은
빗물인가
눈(雪)물인가
용서인 듯
사랑인 듯
영혼 감싸주는
신이여
지구 어느 한 귀퉁이에도
전쟁 없는 세상
평화만을 허락하소서
연두빛 봄을 부르는
12월을 고이 바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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