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빛 봄을 부르는 12월 > 오피니언

본문 바로가기
토론토 중앙일보
오피니언 글사랑 마을 연두빛 봄을 부르는 12월
글사랑 마을

연두빛 봄을 부르는 12월

이시랑 2024-12-06 0

12월 마지막 달력이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온 힘 다해 거실 벽을 붙잡고 있다


가고 싶지 않은 거지

그러나 가야 해, 넌

때 되면, 누구나 가지


얼마 남지 않은 

헐렁한 검은 숫자들이 


꽉 쥔 주먹을 풀고

하나둘 갈잎처럼 떨어지는

피빛 자리에


기억의 조각들은

새순처럼 푸르게 돋는다


묵은해 가고

새해 오는 하늘 끝 높이

둥글둥글 그리운 얼굴들 

예쁘게 띄워


조용히 맞잡은 손 

가슴에 모아 기도 바친다


오, 신이시여 

나의 사랑하는 이들을

축복 하소서


지금 창밖에 뿌리는 

성수처럼 촉촉한 저것은


빗물인가 

눈(雪)물인가

용서인 듯 

사랑인 듯 

영혼 감싸주는 


신이여

지구 어느 한 귀퉁이에도

전쟁 없는 세상

평화만을 허락하소서


연두빛 봄을 부르는 

12월을 고이 바치나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오피니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