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의 길 > 오피니언

본문 바로가기
토론토 중앙일보
홍성자 수필집

연어의 길

홍성자 2021-09-09 0

  그토록 보고 싶던 연어를 보러 간다는 생각에 잠은 설치고 가슴은 두근거렸다. 

  2018년 10월 9일, 토론토에서 하이웨이 401을 타고 동쪽으로 1시간 정도 드라이브하면 Port Hope 에 닿는다. 연어구경 하기 에는 철이 좀 늦지 않았나 생각했는데 아직도 등이 검은 큰 연어 떼들이 무리 무리지어 냇물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푸드득 푸드득, 파닥 파닥”물살을 거스르며 올라가는 연어들의 힘찬 소리가 먼데까지 들리고, 냇가를 와서 보니 참으로 놀라움 그 자체다. 

  민물에서도 살고 바닷물에서도 살아가는 본능이 강한 연어의 길을 생각하면 신기하기도 하고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여기는 엄마가 나를 낳은 곳, 나의 생명이 시작된 곳, 생명을 마감하기 위해 찾아 온 곳, 엄마가 된 연어는 가을비가 내려 시냇물이 불면, 태어난 시냇가 상류를 향하여 어찌 고향을 알고 필사적으로 올라가는지?

  내가 와본 이곳 냇가의 상류 쪽에는 3-4 미터 정도의 댐이 있고, 댐 위로 물이 폭포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는데, 댐 바로 아래쪽에서는 수많은 연어들이 서로 몸 부딪치는 소리로 쉑 쉑 쉑 우글대고 있었다. 폭포의 물살을 거슬러 연어들은 사력을 다해 뛰어오르기를 수 없이 시도한다. 

  시도해서 댐을 뛰어 오른 성공한 연어는 강 위쪽에 고향을 만들 것이리라. 뛰어 오르는데 성공하지 못한 힘이 다 빠진 연어들은 다시 내려와 물가에 자리를 잡는다. 

  아빠가 될성부른 수놈 연어를 찾아 아빠가 될 것을 약속 해놓고, 반드시 함께 흐르는 물가 쪽에 꼬리지느러미로 얕은 물속 자갈이나 모래를 파다보면 몸은 만신창이가 된다. 좁은 구덩이를 만들고 자리를 잡아 가까스로 알을 낳으면, 아빠는 알 위에 정액을 뿌려 수정시킨 뒤 모래나 자갈로 덮어 산란을 마치고 연어부부는 기진맥진하여 죽는다. 


  알이 부화하여 치어가 되면 얼마나 귀여 울까? 어미가 되어 내 새끼! 내 새끼! 하며 새끼들의 커가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아야하는 안타까운 연어부부! 이 연어들은 무엇을 소원하며 죽을까? 부모를 모르는 채, 생명이 터져 나오는 그 옆에 연어 부모들의 시체가 즐비하게 냄새를 풍기며 썩고 있었다. 한 장소에서 삶과 죽음을 보면서, 고 노무현대통령이 마지막 써 놓은 

“삶과 죽음이 하나이거늘”이란 말이 뇌리를 스친다.  


  연어는 선천적으로 탐지 능력, 즉 GPS 가 입력되어 있다고 한다.  

  사람들의 작살에 죽고 독수리들한테 먹혀 죽고, 갈매기들한테 알들을 다 쪼아 먹히며, 자갈 밑에서 가까스로 부화된 남은 알들은, 내가 어렸을 때 보았던 냇가의 송사리만 해졌을 때, 물살을 따라 강 쪽으로 내려가 1년 반 정도를 산다.

  물맛으로 고향의 맛을 익혀두며, 바다에서 살아가야 하는 수많은 공부를 마치면 꿈꾸던 바다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생리적 변화가 시작된다. 

강 어구에서 해수에 적응하는 기간을 거친 다음, 바다로 거침없이 나가 4- 5년 세상을 다 돌아보며 살다가 죽을 때가 되면, 알을 낳고 죽으려고 모천으로 오는 길은 지구의 자장(磁場)과 태양, 달과 별의 위치를 감지하고 고향의 위치를 알아낸다고 한다.

  연어의 몸엔 자성(자석의 성질, 자기장 탐지 능력)이 내재되어 있어서 모천으로 오게 된다고 하니 인간이 만든 GPS가 무색할 정도다.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이건 불가사의한 창조주 하나님의 영역이다.


  연어는 사력을 다해 모천의 물살을 거슬러 올라갈 때, 물이 적어 얕은 곳에선 등과 꼬리가 밖으로 다 나오는데, 자갈과 바위에 배의 비늘은 다 벗겨지고 살은 찢겨져 상처투성이가 되면서도, 알을 낳고 장엄한 죽음을 맞이한다. 연어의 귀소본능이나 회유성은 물론, 폭포를 뛰어 오르다 실패하면 또 뛰어 오르고, 또 뛰어 오르는 참으로 강인한 정신을 보며 감동과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캐나다에서 태어난 연어는 당연히 캐나다 시민권자이니, 이 연어는 GPS를 움직여 캐나다 쪽에 코를 대고 낮이나 밤이나 헤엄쳐 와서, 온타리오 어느 강 하류 쪽에 오면, 살아남은 수많은 고국의 친구들과 만나게 된다. 거기서 각자 자기가 태어난 고향 찾기가 시작 되는데,

“너는 토론토니? 나는 오타와야, 나는 나이아가라, 그동안 재미있게 지냈는데 이제 우리는 영원히 헤어져야 하는구나, 상어한테 안 잡아먹히고, 곰한테 물려죽지 않고 살아왔는데, 저승에서 우린 다시 만나게 될까? 그동안 즐거웠어, 나도 즐거웠어, 나도, 나도........즐 즐 즐........”

  고향 친구들과 이별의 슬픔은 잠시, 모천의 물길을 거스르며 올라오는 연어의 예민한 미각과 후각은 고향의 물맛을 정확히 구별하여 모천임을 확인한다니 경탄을 금치 못하겠다. 

우리 사람도 어렸을 적에 먹던 그 음식이 먹고 싶지 않은가. 

나는 충청도 보령사람으로 집장과 조선 토종의 늙은 호박으로 담그는 호박지(호박김치)가 늘 그립다.


  사람은 때론 바보처럼 영원히 살기를 원할진대, 연어는 죽을 것을 어찌 알고 거룩한 죽음을 오히려 사투하며 맞이하는가. 

  얼마 전 미국의 존 매케인이 사망하기 전 이런 유머를 했다고 한다.

“세상 사람들이 다 죽어도 안 죽는 단 한 사람 예외가 있다면, 그건 분명 나 일거야”그게 나 일거라는 세상 사람들 모두의 무릎을 치는 솔직한 대변, 공감 대박이다. 

대단한 조크 맨! 조크뿐만 아니라 전쟁터에서나 감옥에서 있었던 일화들, 모든 면에서 대단했던 그, 그래서 나는 존 매케인을 좋아한다.  


   사람도 귀소본능이 강하다. 특히 영적 회귀성, 그래서 사람을 창조하신 하나님을 찾고 원래의 고향인 에덴동산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닐까. 


 연어야! 연어야! 너희들은 알을 낳고 꼭 죽어야 함을 어찌 아느냐?

 너희들이 가는 그 길의 깨달음을 나도 깨닫고 싶구나.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