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통령과 제 1야당 대표가 드디어 조건 없이 만났다. 이번 영수회담은 윤 대통령이 4•10 총선에서 민주당에 절대 과반 의석을 내준 뒤 먼저 제안해 성사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0분간의 첫 영수회담에서 정부의 의료개혁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앞으로도 종종 만나자는데 뜻을 모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720일 만에 처음 이뤄진 이번 회담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일부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소통의 문을 열었다. 용산 대통령 실에서 열린 영수회담 후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서로 총론적으로는 인식을 같이하는 모양새를 갖추었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준다. 특히 의료개혁 분야에 있어 이재명 대표가 윤 대통령의 정책방향에 대해 긍정하는 등 민생이 가장 중요한 정치적, 정책적 현안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하니 고무적인 일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 어떤 형식이든 종종 만나기로 했다고 하니, 앞으로 민생문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 대통령실과 야당 간 정책적 차이와 이견을 좁혀나가는 과정이 중요한 일로 여겨진다. 이번 영수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민생협의를 위해 여야 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내놓았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이 대표는 영수회담 모두 발언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약속을 해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정중히 요청 드린다”고 했으며, 윤 대통령은 “이태원 특별법과 관련해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 지원에 공감하면서도 법리적 문제가 해소가 먼저이기 때문에 무조건 반대는 아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이번 22대 국회의원 선거과정을 통해 그리고 선거가 끝난 뒤 한국사회 구성원들의 반응은 매우 특이하면서도 우려되는 지형을 보여주고 있다. 서로 대척 점에 있는 극좌와 극우가 서로 상대방을 철천지 원수로 여기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된다는 걸 목격한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상대방을 나라를 망하게 하는 세력으로 몰아가며 끝없는 음모론을 제기하는게 일상이 되었다. 국민은 이런 소모적인 진영논리와 정쟁에 지치고 피곤하다. 대다수의 평범한 시민은 일상의 삶이 중요한 문제다. 집값과 물가가 안정이 되고 고용시장이 활성화 되어야 미래에 대한 걱정을 줄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성실한 시민들에게 극좌와 극우는 둘 다 혐오스러운 현상일 뿐이다. 이제는 제발 극단적인 이념 논쟁을 일삼는 정치꾼들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대신 그 자리에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안 제시로 생활 밀접형 정책들을 입안하는 정치인들이 채워주길 희망한다.
그러므로 윤석열 정부와 야당은 각자 자제할 것을 자제하고 국민 앞에 떳떳이 드러내서 털고 갈 것은 털고 가야 한다. 사법리스크를 지고 있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는 최종 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재판 결과를 수용하고 국민 앞에 사죄할 자세를 지녀야 한다.
마찬가지로 윤석열 대통령은 온갖 의혹을 일으키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사망 수사외압사건에 대한 특검법 등 국민의 의혹이 집중된 사건을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풀어야 한다.
지금 한국의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노동•교육의 3대 개혁은 세계에서 가장 급속한 저출생과 고령화 추세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해 반드시 국민적 합의를 거쳐 개혁해야 할 과제라는 걸명심해야 한다. 이런 개혁정책들은 기득권층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극심한 반발이 예상되지만, 고통을 분담하고 미래세대의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민주적인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정책들이다. 국회의 동의를 거친 입법이 필요한 개혁정책들에 대해서 국회의석의 절대다수를 차지한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이유다. 이번 22대 국회에 거는 기대가 헛된 희망이 아니라는 걸 거대 야당과 정부는 실천으로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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