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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루스타비, 조지아 Old Rustavi, Georgia

이아진 2023-09-22 0



참 볼거리가 없다 싶은 루스타비에도 여늬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올드 타운이 있다. 


시청이 있고 꽤 큰 공원이 있으며 예쁜 건물들이 있는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그런 곳 말이다. 


시청 앞 광장을 중심으로 많지 않은 레스토랑과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 그리고 청동으로 만들어진 오케스트라단이 한 눈에 들어 온다. 개인적으로 예쁜 조형물들이나 조각품을 좋아하는 탓인지 왠지 귀 기울이고 있으면 그곳에서 즐거운 곡 한 곡조쯤 들릴 것 같은 그런 곳이었다.


광장을 지나 옆길로 들어서면 오래 된 예쁜 건물들이 있다. 많이 특별할 것은 없지만 깨진 벽조차도 멋지게 보이는, 옛날 것이로구나 하는 그런 건물들 말이다. 참 많이 낡아 여기저기 속살이 드러난 벽들은 썩 운치가 있어 이 정도면 연출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거리는 한산하고 조용했으며 생각에 잠겨 산책을 하기에 좋았다. 


평일이고 낯 시간이어서 그랬는지 행인이 거의 없는 탓에 낯선 곳이라는 느낌은 더욱 강해지고 정신이 더 또렷해지고 있었다. 떠나왔는데도 왜 그런지 마음이 뒤숭숭했다. 백년 인생이라는 단어가 자꾸 나를 억눌러 나의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래 살아야 할지도 모르다는 사실이 나를 자꾸 압박했다.


 나는 무언가를 계획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계속 무거운 채 여러 날 올드 타운을 산책했다. 주택가 사이에 위치한 채소 가게나 재래 시장의 파라솔 밑에 앉은 피곤한 얼굴의 아낙네들, 조금 유치하다 싶지만 아기자기한 조형물들과 그저 동네 교회일 뿐인 데도 참 멋진 건물들을 기웃거리며 나는 다리가 아플 때까지 하염없이 걸어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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