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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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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연습

전철희 2022-06-02 0

웃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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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님이 한국에서 새로 부임하셨다. 수녀복을 입고 마스크를 쓰니 눈만 보이는데 항상 눈가에 웃음이 봄날 꽃 피듯 피어나는 분이다. 영성체 모실 때는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통상 근엄한 표정을 주고받는다. 주님의 살이니까. 그러나 이분이 웃음을 달고 주시는 영성체는 꼭 엄마가 아이에게 사탕 주는 것 같다. 더 달고 맛있다. 한 번 더 받고 싶다.


‘플라스틱 미소’란 용어를 가끔 듣는다. 영어사전에서 ‘plastic smile’란 단어를 검색해도 없는 것을 보니 만들어진 단어 같다. ‘plastic surgery’가 성형이란 뜻이니까,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웃음 정도의 의미로 짐작한다.


통상적으로 동양인들의 얼굴 표정은 서양인들에 비해 약간 굳어 있다. 지금은 변해가고 있지만, 감정 표현을 잘 안 하는 것이 점잖은 태도라는 문화권 속에서 자라 온 것이 한가지 이유일 수 있겠다.


길 가다 마주친 서양인들이 활짝 웃으며 인사하고 지나가서는 바로 원래 얼굴 모습대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거나, 대중 앞에서 밝고 다정한 표정을 짓다가 뒤돌아서서 곧바로 냉정해지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플라스틱 미소’를 흉보기도 한다.


항상 곱게 차려입고 화장한 모습으로 나오시는 할머니에게 “할머니, 항상 곱게 화장하시니까 참 보기 좋아요.”라고 하자 그 할머니께서, “나를 이쁘게 보이려고

꾸미는 것이 아니라 늙은 모습 봐야 하는 남을 위해 한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미소를 보여서 남을 안심시킨 후 해코지를 하거나 내 앞에서는 웃음으로 호감을 얻고 돌아서서 나를 흉보는 태도는 불순한 목적으로 웃음을 이용한 것이니까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고객 서비스를 위해서 나의 어려움을 참고 웃음으로 고객을 대하는 사람들의 만들어진 웃음은 참 가상하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웃음 띤 얼굴을 보여주는 것은 고마운 노력이고 좋은 에티켓이다.


의도가 불순하지 않은 이상, 남을 편하게 하고 기쁘게 만드는 데 웃음의 효과가 크다. 이왕이면 남을 긴장하게 만드는 화난 표정이나 딱딱한 얼굴보다는 환한 웃음 띤 얼굴이 보기 좋다. 비록 플라스틱 웃음이라도 웃음은 웃음이다.


근육도 지속적인 연습에 의해서 특정 움직임을 기억한다. 처음에는 어색하더라도 자꾸 단련시키면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만 들려도 내 얼굴은 웃고 있을 것이다. 그쯤 되면 웃음 성형 수술은 대성공이다. 웃음이 이미 내 몸의 일부가 된다.


‘행복하니까 웃는지, 웃으니까 행복한지’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웃는 얼굴에는 침 뱉지 않는다고 하니 웃어서 최소한 손해 볼 일은 없을 것 같다. 많은 돈 들이고 고통 참고 성형 수술도 하는데, 힘 안 들이고 웃음만 짓고 있으면 복이 굴러올 수도 있다하니 어지러운 세상에 억지웃음이라도 지어봄이 어떠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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