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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중앙일보
홍성자 수필집

은장도 [1]

홍성자 2020-11-12 0

“당신들이 여기 직원이요? 왜 여기로 출근을 합니까? 당장 나가요”


  지금으로부터 한 40여 년 전 일이다. 

친정아버지께서 충남도교육위원회 재무과장으로 계실 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아버지가 재무과장으로 발령을 받아 출근하여 집무를 시작한 지 며칠 째, 직원이 아닌 남자 서너 사람이 손님이 오면 기다리는 의자에 신문들을 흩어 놓고 앉아 있더라는 것이다. 그것도 하루 종일. 사실 아버지는 알고 계셨단다, 이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아버지는 시침을 딱 떼고 부드러운 말로

  “당신들은 무슨 볼 일로 오셨습니까?” 그 분들은 깜짝 놀라는 듯.......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하는 눈빛이었단다. 

아버지는 단호한 어조로  

  “여기가 당신들 직장이요? 아니잖소, 당신들의 직장으로 출근하시오” 그 말에 서로들 눈치를 보며 꼼짝도 안 하더란다.  

“당장 나가시오, 당장” 호통을 치니 느긋하게 일어나며 하는 말들

“최 과장! 두고 봅시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으니까” 

재수 없다는 듯 눈을 옆으로 돌리며 슬슬 사무실을 떠나는 그 사람들은 신문기자들이었단다. 


  그 당시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충청일보, 대전일보 등에 소속된 기자들이었다는데, 공공기관에 와서 죽치고 앉아 뭐 기사거리 없나? 밥 얻어먹고 커피 얻어먹고 담배 얻어 피고, 그곳으로 아예 출근을 한다는 것이었다. 

  직원이 말하기를 감히 그들을 나가라거나 뭐라고 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전혀 없었다면서, 혹시라도 뭐 잘못을 하면 기사가 크게 나갈 까봐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고 했다. 

거기에다

“과장님 이러시면 안 되는데요?” 라고 하며 말리기까지 하더라는 것이다. 

  아버지는 직원들을 향하여 왜 당당하지 못하고 벌벌 기고 사느냐고 야단쳤다고 하셨다. 지금까지 아주 나쁜 버르장머리로 그들을 키워주었다는 데에 더 큰 문제가 있다면서, 이래가지고 부정부패를 어찌 척결하겠느냐고, 나부터 목을 대고 해야 할 일이 아니냐고 통분하여 강하게 말씀하셨다고 했다. 이런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격을 가진 사람도 드물 것이다. 


  한국의 신문 기자들이 다 그렇다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그 당시 그 곳의 상황만을 말하는 것이니, 읽으시는 분들은 오해 없기를 바란다. 


  공무원인 직원들도 기자들 밥 사주고 커피사주고 하는 돈들은 어떻게 해서 쓰는가? 그 자체부터가 부정부패 아닌가? 잘못 쓰고 떼어먹다가 걸리면, 직장 떨어지고 퇴직금 못 받고 가문에 망신당하는 일인데, 목숨 걸고 그들의 뒷바라지를 하는 것이었단다. 이래도 걸리고 저래도 걸리는 박봉의 불쌍한 공무원들이지만, 공과 사를 왜? 분명히 판단 못하느냐고, 공금은 일전이라도 공금이니 공금으로 사용되어야 할 것이며, 사적으로 일전이라도 썼다면 당연히 처벌 받아야 한다고 하셨단다. 


  내가 정직하면 당당하다는 말씀으로 우리 사 남매를 교육시키시며, 비굴하거나 비겁하게 살지 말라고 하셨다. 검소에 검소를 더하고, 절약에 절약을 더 하면서 내 비록 월급이 적고 가난하여 때로는 꽁보리밥에 소금물을 찍어 먹고 살았을지언정, 비겁하게 살지는 않았다고, 너희들도 정직하게 사는 길이 옳은 길이고, 자신과 하늘 앞에 떳떳한 일이니 정직하게 살라고 하시며, 거짓은 인간 불행의 시작이며 가장 큰 수치라고 하셨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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