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장도 [2] > 오피니언

본문 바로가기
토론토 중앙일보
홍성자 수필집

은장도 [2]

홍성자 2020-11-19 0

(1부에 이어)  


경제적으로 부유하게 사는 것이 인간의 목적이 아니고, 옳게 사는 것이 목적이며 인간이 가야 할 당연한 길이라고 가르치셨다. 

  아버지는 먼저 자기 자신에게 진실하셨으며, 다른 사람에게 거짓되지 않으셨고, 양심의 명령을 성실하게 따르셨던 분이다.  

이런 아버지의 미덕은 드높은 자부심이 근본이셨다. 


  공금이든 남의 돈이든 몇 푼 떼어먹으면, 그게 그리 기분 좋고 잘 사는 길이냐고, 하루를 살더라도 당당하게 살다가 죽으라고 하셨으며, 용서 받을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면 그 목숨 더 살아 무엇 하느냐며 자결하라고 하셨다.  


  그렇다면? 어떤 일을 잘 하려다가 잘못 할 수도 있다. 잘못했으면 빨리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받으라는 것이다. 그것만이 무죄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아버지는 충남도교육위원회 재무과장 임기를 당당히 마치심은 물론, 문정과장, 사회체육과장을 역임하시며, 42년 오직 한 길 대한민국 국가 공무원 행정고시를 패스한 사무관으로서, 남들에게는 별 일 아닌 것으로 보일수도 있겠지만, 우리 집안에서는 영광스런 정년퇴직을 하셨다. 


  정직하면 당당하게 산다는 것을 삶의 좌우명 1번으로 삼으신 우리 아버지.

  여섯 식구들의 고통스런 가난까지도 감내하면서 옳은 선택을 했다는 사실에 하늘과 사람 앞에 떳떳했을 것이며, 큰 위안을 받으셨을 것이고, 후회 없는 인생을 살 수 있음은 바로 자기 자신의 확고한 올바름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믿었기 때문이리라. 

  운명이 어떻다고 운운하는 아버지가 절대로 아니시다. 옳고 그름의 정확한 판단과 자신의 확고한 인격을 믿는 분이시다.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고 정의로운 신념에 따라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인격을 평생을 두고 발전시키시며 완성시키신 대단한 우리 아버지! 

 

  나의 로망인 우리 아버지! 그래서 그 분을 좋아하고 존경하며 자랑하는 바이다. 어떤 운명에도 굴복하지 않았으며 단호하고 강인한 정신으로 이 세상에서 79년을 당당하게 사시고 별나라로 가셨다. 


  자식이 불의를 행했다고 자결하라는 부모가 있는가? 

  안동김씨 나의 친 할머니도 처녀 시절에 은장도를 대물림으로 물려주시며, 뭇 사내가 달려 들어 목숨인 정조를 잃었다면 이 칼로 자결하라고 하셨다. 

  아! 어찌 하오리까, 은장도는 지금까지 가지고 있으면서 나는 왜 이승에서 얼쩡거리고 있나? 저 세상으로 가신 우리 할머니의 모습이 클로스 업 된다. 저승에 가서 우리 할머니를 만나면 삼십육계를 해야 하나? 은장도를 내 밀면 할머니는 당연히 내 목을 치실 것이다. 나는 지금부터라도 달리기 연습을 많이 해 놓을 것인가? 세상 떠날 때 은장도는 어찌해야 할 것인가? 


   오호 통재라, 나는 부족한 사람.

이 글을 쓰면서도 이(이빨)부딪치는 소리에 부들부들 살이 떨린다. 


  아 우리 아버지! 최자 익자 원자!

하늘나라에서 우리를 내려다보시며 정직하게 살라고 그래야 당당하다고, 지금도 우리를 향하여 웅변하시는 그 음성이 귓전을 때린다. 

  할머니와 아버지의 피가 내 속에서 콸콸 흐르고 있다는 사실, 그 DNA가 늘 소름끼치도록 감지된다.                  

                                                                                                                                   (2018.12.)       


(끝)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