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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중앙일보
홍성자 수필집

응 시 鷹視

홍성자 2021-02-25 0

  매! 

  하늘을 나는 새, 매처럼 눈을 부릅뜨고 노려본다는 뜻으로 응시(鷹視)라는 표현을 쓴다. 

보통 보면 보이지 않는 것들도 응시를 하면 자세히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물이나 사람을 보는 일도 그렇지만, 세상을 보는 눈도 어떤 편견이나 집착으로 보지 말고, 조금이라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응시를 한다면 또 다른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됨을 알 수 있겠다.


  미국에 사는 내 친구는 매 눈이다. 

무엇을 보는 눈이 어찌나 정확하게 잘 보는지, 주변에서 그를 보고 매 눈이라고 한다. 특히 어느 몰에 갔을 때 파킹 낫 구하기가 상당히 어려워 빙빙 돌때면, 저 멀리 빈자리가 있는 것도 아주 잘 찾아낸다. 옷 가게에 가서 그 많은 옷들 가운데, 나는 무슨 옷이 좋은지 뭐를 골라야 할지 몰라서 그냥 고르고만 있는데, 이게 괜찮네, 이것도 좋으네, 척척 골라낸다. 보기와는 자못 다르다. 


  매의 종류도 많다. 보라매, 청매, 송골매, 해동청 등....... 

보라매! 

한국에, 빨간 마후라는 하늘의 사나이....... 하는 노래가 있다. 내 동생이 공군사관학교를 나와 전투기 팬텀기를 탈 때, 공군 복장에 공군모자, 목에는 공군의 상징인 빨간 마후라를 두른 동생이 얼마나 늠름하고 자랑스러웠던가. 공군 전투기조종사가 되면 보라매라 했던 말이 기억난다. 


  매는 하늘 높이 올라가 있어도 눈이 밝고 예리하여, 땅위의 쥐가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압도적인 시력을 가지고 포착하여 공포로 몰아넣으며, 쥐가 도망갈 새도 없이 쥐를 향하여 힘차고 빠른 속도로 하강하여 쥐를 잡는다고 한다. 매의 시야에 걸려들면 꿩이든 쥐든 달아날 길이 없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매의 눈은 표적을 한번 찍었다하면 놓치지 않고 상대의 기를 완전히 죽이는 시력을 가지고 있다니 매의 눈은 참으로 놀라운 눈이다. 

  하늘 높이 올라가 있는 매가 땅위의 먹이를 향하여 내려오는 속도는 빛보다 빠르다는 지구의 중력, 그 중력보다 더 빠르다고 한다. 


  토론토의 유명한 공원 에드워드 가든을 걸을 때, 아름다운 꽃들 속에 어느 한 꽃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꽃 속에 한 없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모든 식물들이 그렇고 동물들도 다 그렇지만, 그 혹독하게 추운 겨울을 어찌 견디어내고 땅속에서 물과 영양분을 빨아 올려 이렇게 아름다운 초록 잎과 색색의 꽃들을 피워내는가. 

  응시하면 꽃 속에 흐르는 그 만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아프고도 아름다운 꽃의 말을. 

  조금은 저렴한 수퍼마켓에 가서 우두커니 사람들을 돌아보다가 누군가를 응시하면 어느 한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그의 눈을 보면 많은 우여곡절로 살아 온 그 만의 인생 이야기가 나올 듯하다.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캐나다 토론토로 이사 와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마다 아프고 힘들어하면서도, 얼굴 표정과 빠른 걸음 속에 그들의 삶을 절절히 상상하게 된다. 


  글쓰기에 있어서만은 매 눈이 되고 싶은 게 나의 욕심이다. 

천천히 마시는 커피 한잔의 여유, 모든 것이 달리 보이기도 하고 어떤 생각에 집중하다보면 그것이 클로즈업되고,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생각나고, 숨어 있는 작은 것 까지도 발견하여 나오게 됨을 경험하지 않는가. 

  응시 할 때 안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꿈꾸던 것들과 상상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상상의 세계를 넓혀 본다. 

  모든 보이는 것들은 보이지 않는데서 왔다고 하지 않는가.


  나의 경우, 흘러 다니는 어떤 느낌의 단어를 붙잡아, 보이는 것은 보이는 대로 아는 것은 아는 대로, 거기에 보이지 않는 무한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구상하고 그것을 활자화 한다. 그 단어를 응시할 때 문장들이 구성되며 글 한편이 됨을 알 수 있겠다.

  고수는 서두르지 않는다고 매처럼 서두르지 않고 응시하기를 원한다. 

 

  자기가 걸어 본 길, 느껴본 아픔 등을 가감 없이 깊이 있게 가슴에서부터 쏟아내는 진정한 문학을, 느긋하게 그러나 자세하게 여유를 가지고 응시 할 때, 대체로 편안하고 부드러운 글을 쓸 수 있겠다. 나야 아직도 먼 길이지만 힘든 일도 힘들지 않게 할 수 있는 건, 준비된 마음과 숙련된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소리 나지 않는 날개 짓으로 저만치 앞으로 가서 표 나지 않게 일을 이루어 내는 매, 소리 없이 강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매는 보여주는 것이다. 


  응시! 누가 뭐라 해도 개의치 않는 나만의 세계에서 만만한 여유를 누린다고 할까, 응시의 힘이란 참으로 놀랍고 신비하며 무궁무진 하다고 볼 수 있겠다. 


  응시! 내가 아끼고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단어이며, 가장 좋아하는 말로 응시에 마냥 박차를 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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