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꽃샘바람이
알아듣지 못한 소리가
세찬 애간장으로
분별없는 골수를 흔들고 있다
순간 숨어있던 벽시계도
초침을 세우며 날카롭게 번득인다
빠른 속도는
빠르게 속도를 잡아먹고
느린 행보는
느린 만큼 제 속을 감추는 것
한참이나 뒤적거린 궁금증은
집중하는 표적을
단번에 건져내지 못했다
템포가 제법 상스럽다
입안에서 쓴맛이 흐느적거리고
홀로 제 몸을 지탱하던 욕망은
무차별로 어슬렁거린 무관심을
모서리에 가득 채운다
슬그머니 몸을 비틀어본다
경계를 비켜갈 수 없는 어지럼증도
울타리 밖에서
낯선 인사를 나누어야 할 것 같아
연약한 풀잎 같이 손을 내민다
손바닥 위에 내려앉아
찬찬히 두께를 가늠하는 심호흡
숨을 내려놓으니
아직은 상대적으로 매어있는
부족한 사랑의 탈출인 양
허공을 붙잡고 서있던
까치발이 먼저 앞장서고 있다
찢어지지 않으려고
찬란한 속을
아득히 드러내는 쭈글쭈글한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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