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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칼럼> '천국 지옥 사이'

2011-06-03 0
이용우 사장
이용우 사장
  이라크와 캐나다. 양국의 전체적인 사회적 환경과 분위기는 좀 과장되게 말하면 지옥과 천국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한 나라는 전쟁으로 초토화됐고 다른 한 나라는 평화 그 자체다. 이런 두 나라가 이상하게도 인연이 깊다. 근래에 근무했던 한국 공관장에 관한한 그렇다.


 7년 전 캐나다대사를 지낸 장기호씨가 이라크대사로 전근 간 바 있고, 이어 하찬호 전 이라크대사가 캐나다대사로 오는가 하면, 2005년 9월까지 토론토총영사를 지낸 하태윤씨는 2년여 전 이라크대사로 근무하다 돌아와 지금은 인천시 국제관계자문대사직을 맡고 있다.


 케이스는 다르지만, 2008년 8월까지 토론토총영사를 지낸 김성철씨는 내전으로 정정이 극히 불안한 콩고민주공화국 대사로 발령받아 현재 근무 중이다.


 왜 이렇게 캐나다에 근무했던 인물들은 아랍‧아프리카 등 험지(險地)로 가고, 반대로 험지에서 근무했던 인사들은 캐나다로 오는 걸까. 그것은 그만큼 캐나다가 근무하기 좋은 곳이란 뜻이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이라크 같은 나라에서 근무한 사람을 이곳에 보내는 것은 그동안의 고생에 대한 일종의 보상인 셈이다.


 외교부 인사 관례상, 위험지역에서 근무했던 사람은 보다 편안한 곳으로, 편한 곳에 근무한 사람은 오지로 보낸다. 따라서 캐나다대사나 토론토총영사 등을 지낸 외교관은 이라크나 아랍, 아프리카 등지로 나갈 각오를 해야 한다.
 험지에서 캐나다로 부임한 이들의 공통된 소감은 “이곳에 오니 살 것 같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캐나다에 오는 외교관들은 이곳을 잠시 쉬어가는 곳쯤으로 여기는 경향도 있다.


 현 인천시 국제관계자문대사인 하태윤씨가 지난주 미국 뉴욕을 방문하는 길에 토론토에 들러 몇몇 한인단체장과 저녁을 함께 하면서 얘기를 나눴다. 하대사는 먼저,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캐나다(토론토)가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회고했다.


 이어 하대사는, 거의 매일 폭탄테러 등으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는 이라크대사로 근무하면서 정신적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머리에 피가 고이는 두통에 시달렸고 인근 요르단까지 가서 수술을 받아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필자에게 수술자국이 선명한 머리를 보여주며 문자 그대로 죽음의 상징인 ‘요단강 문턱’까지 갔다 왔다며 웃었다. 지금이야 그런 얘기를 웃으면서 하지 그땐 정말 심각했단다.


 고위 외교관이 외출을 하려면 무장한 군과 경찰이 경계를 펴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아무도 타지 않은 위장차량까지 따라붙는다. 전쟁터나 다름없는 바그다드에서 외국공관이라고 안전할 리가 없다. 대사관 건물 위로 포탄이 날아다니고 공관직원은 호신용 총기를 휴대해야 한다. 동반가족도 없는 ‘전장’에서 직원들은 스트레스와 고독감에 시달린다. 그런 나라에 비하면 이곳 캐나다는 천국이나 다름없다.    


 역시 이라크대사를 지낸 하찬호 전 캐나다대사도 2년여 전 토론토 교민단체장들에게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특히 캐나다에 부임하니 마치 천국에 온 느낌이라며, 이처럼 평화로운 나라에 사는 것을 큰 축복으로 여기고 매사에 감사하며 살아가라고 조언했다.


 이라크 등 험지에서 근무했던 전직 외교관들의 말을 들으며 공감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천국 같은 나라에 살면서도 평소 그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캐나다는 바로 이웃인 미국 같은 토네이도도 없고 일본 같은 대지진도 없으며 아랍‧아프리카의 살벌한 전쟁과 기아도 없으니 천국이 아닌가.


 천국에 살면서도 그것을 깨닫지 못한 채 매사에 불만이 가득한 사람은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바꿔 먹고 범사에 감사하며 살아갈 일이다. 캐나다처럼 축복받은 나라에 살면서도 그것을 모른다면 그 또한 비극이다. 천국과 지옥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것이다. 삶의 현실이 고달프고 마음이 편치 못한 사람은 눈을 들어 토론토의 싱그러운 6월 하늘을 올려보자.  


 감사하는 마음은 깨끗한 마음입니다/투명한 유리창처럼 마음을 갈고 닦는/선함과 순수함으로/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습관을 충실히 하는 것입니다/감사하는 마음은 따뜻한 마음입니다/퉁명스럽지 않은 다정함으로 남을 배려하며/그 누구도 모질게 내치지 않는 마음 /자신의 몫을 언제라도/이웃과 나눌 수 있는 마음입니다...(이해인 ‘감사하는 마음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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