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씨년스러운 나이아가라 단상
엊그제 나이아가라 폭포에 다녀왔다. 겨울의 나이아가라는 예년이라면 화려한 조명과 관광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마치 계절을 잊은 것처럼 삭막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높은 관세율 부과 정책 예고는 경기 침체를 가속화시키고, 그 여파가 사회 전반에 스며든 듯하다. 폭포의 장엄한 물줄기는 여전히 흘렀지만, 주변 풍경은 고스트타운처럼 적막하기 그지없었다. 관광객의 발길이 뜸한 그곳에서 느끼는 쓸쓸함은 단순히 자연의 겨울 풍경 때문만은 아니었다. 예전 같으면 한인 교회나 커뮤니티 센터에서 크리스마스 행사를 준비하고, 따뜻한 음식을 나누며 이웃 간의 온정을 나누는 모습이 흔했을 텐데, 올해는 그런 풍경을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한인 이민사회는 오랜 시간 어려움을 극복하며 함께 성장해 온 역사와 전통이 있다. 처음 이곳에 뿌리를 내렸을 때, 낯선 환경과 언어 장벽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지내왔던 기억이 있다. 6-70년대 이민 초기에는 구멍가게를 하면서도 빠른 이민정착을 위해 새로 온 이민자나 신분이 없는 동포를 위해 서로 돕는 분위기였는데, 그 당시 한인사회를 위해 남달리 발벗고 나섰던 이상철 목사를 비롯한 반병섭, 박회민, 박재훈, 김상호, 조남유 목사 등 한인사회 지도자들이 하늘나라에 가고 없는 지금, 그런 분들이 그립기만 하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이웃의 안부를 위해, 그리고 교회를 통해 따뜻함을 나누던 그 시절의 마음이 우리 안에 남아있음을 믿고 싶다.
한인 사회라는 작은 공동체 안에서조차 서로를 외면하게 된다면, 우리는 더욱 고립되고 단절될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문제는 노인들이 겪는 외로움이다. 캐나다의 한인 노인들은 언어적 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인해 지역 사회와 충분히 교류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서 홀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경우가 흔하며, 자녀들과 함께 산다고 해도 자녀 세대의 바쁜 일상 속에서 소외감을 느낀다. 노인들이 느끼는 슬픔은 단순한 외로움을 넘어 삶의 의미를 잃어가는 절망감으로 이어진다. 한편,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 생계를 걱정하는 이웃들의 상황도 심각하다. 생필품 구매조차 힘겨운 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자신의 어려움을 남에게 드러내기 꺼리는 문화적 특성 탓에
많은 경우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연말연시는 더욱 큰 고립과 외로움을 느끼게 만드는 시간이 된다. 연말이 오히려 더 차갑게 느껴지는 이웃의 현실을, 우리는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어려운 시기에 서로를 돌보는 온정이야말로 우리의 공동체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다음 세대에게도 건강한 사회를 물려줄 수 있는 키워드다. 한인 교회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교회는 신앙의 장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그 본질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연말연시를 맞아 한인 사회가 어려운 이웃과 외로운 노인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면, 그 온기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공동체 전체를 감싸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 주변을 돌아보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이웃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그 시작이다. 누군가에게 는 따뜻한 한 끼 식사가, 진심 어린 안부의 말 한마디가 커다란 위로가 될 것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나눔의 가치다. 우리가 가진 물질과 시간, 그리고 관심과 사랑을 나눌 때 그 따뜻한 온기는 곱절로 돌아올 것이다.
나이아가라에서 느낀 쓸쓸함과 삭막함이 단지 필자만의 감정이 아님을 깨달으며, 우리 모두가 조금씩이라도 나눔에 동참한다면, 이 연말은 다시금 함께 웃을 수 있는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눔의 기쁨이 다시금 우리 한인사회에 퍼져나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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