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再契約) > 오피니언

본문 바로가기
토론토 중앙일보
오피니언 글사랑 마을 재계약(再契約)
글사랑 마을

재계약(再契約)

이시랑 2024-11-01 0

아련한 기억의 끝

그리움 바스락바스락


계절을 바꿈질하는

바람의 쇳소리

소스라치게 놀라

갈잎들 이별을 서두르고


구름 너머

아련한 생각의 끝


못다 전한 

사랑이 바스락바스락


사랑의 부스러기 

가을바람 흩날린다


11월 김장 도마 위 

사각형으로 잘리는 

싱싱한 푸른 무 한쪽 


사각사각 베어먹는 

토막 난 순간


붉은 입술 흰 이빨 사이

가을은 가고


삭풍이 끌고 오는 고개 넘어

빈 들녘 휩쓰는 

쓸쓸한 발자욱 서럽다


가을아

가면

다시 오겠지


난..


몇 개나 남아 있나

신(神)주머니 속

약속 없는 나의 가을


신(神)께 떼라도 써볼까

한 열 개쯤 더 보태


가을을 재계약(再契約)하자고

가을이 이리도 아름다운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오피니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