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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결심하면 양강구도 깨진다" "아니, 찻잔 속 태풍"

신용호 2020-10-2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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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균(총리)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선을 1년 5개월 앞두고서다. 지난 26일 아침 여의도 모처에는 민주당 의원 40명이 모였다. ‘광화문 포럼’이란 의원 공부 모임 행사 때문이었다. 모임의 회장은 김영주(4선), 운영위원장은 이원욱(3선), 간사는 안호영(재선)이다. 이들 모두 정세균계다. 광화문포럼은 정세균이 의원 시절 직접 만든 서강 포럼의 후신이다. 


 이들이 움직이니 당장 정세균이 대선 준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거다. 마침 이낙연(당 대표)·이재명(경기지사)의 지지율이 정체하면서 “양강 구도로 끝까지 가겠느냐. 대선판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말들이 심심찮게 들린다. 한때 대세론을 형성하며 1위를 질주했던 이낙연의 지지율이 이재명에게 밀리면서 “정세균도 봐야 한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낙연과 정세균은 총리와 호남 출신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어 어차피 장이 설 경우 일합이 불가피한 사이이기도 하다.


 정세균계 인사들은 아직 조심스러웠다. 정세균이 현직 총리라서다. 지난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세균계의 좌장격인 김영주 의원을 만났다. 그는 포럼에 대해 “정치적 성격이 짙은 곳으로 볼까 우려스럽다. 공부 모임으로만 봐달라”고 선을 그었다. 자칫 정치색이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정세균계가 아닌 회원들의 이탈을 우려하는 듯했다. 그에게 정세균의 출마 가능성에 관해 물었더니 “정 총리가 경험이 풍부하고 사실 정치적으로 갖출 건 많이 갖췄다고 생각하는데 정부에서 역할을 하는 중이라…. 물론 나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 않겠어요”라고만 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당 관계자는 “정 총리로선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할 텐데 정말 신중하게 준비하는 것 같다. 정세균 스타일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정세균계의 속내를 듣기 위해 이번엔 정 총리의 측근인 김교흥(재선) 의원 사무실을 찾았다. 그는 정세균이 국회의장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정세균이 정치에 입문하기 전부터 서로 알았던 사이다. 그는 비교적 허심탄회한 얘기를 들려줬다.


 - 현재 이낙연·이재명 양강구도를 어떻게 보나.

 “대선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이 구도는 경선 국면에 돌입하면 변화하고 변동될 요소가 많다.”


 - 정세균은 대선에 나설 것 같나.

 “지금 대선 얘기는 조심스럽다. 총리직을 잘 수행하는 게 제일 먼저다. 다만 대통령은 시대가 선택하는 거다. 시대정신이 중요하다. 나설지 아닐지 결정은 총리가 하겠지만 흐름이 잡히면 본인도 생각하지 않겠나. 정 총리는 6선에 국회의장을 했다. 총리까지 했다. 국민에게 한없는 은혜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직접 실물 경제를 경험해 본 사람이다. 이 어려운 시국에 대한민국을 위해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 들거나 상황이 되면 마음의 정리를 할 거다.”


 - 당내 의원들은 다들 ‘정 총리는 나설 것’이라고 하는데.

 “그가 살아온 길이나 정치 경력을 보고 예측하는 걸 거다.”


 - 변수가 많겠지만, 출마를 결심하면 양강 구도에 변화가 있을까.

 “그렇다면 틀림없이 있을 거다. 지금 정 총리는 대선주자 여론조사에 들어가 있지 않다. 총리직 수행 중이라 조사기관에 빼달라고 요청을 한 상황이다. 정 총리가 당 대표, 원내대표, 장관, 의장을 거치면서 그 역할을 잘 수행했고 항상 성과를 냈다. 현재 코로나 방역도 잘하고 있다. 시대정신이 유능하고 소통하고 화합하는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앞으로도 더 그럴 거다. 그런 경력을 갖고 만약 총리를 정리하고 나온다면 양강구도는 충분히 깰 것으로 본다.”


 - 당내에선 ‘하면 잘할 분’이라고도 하는데 대선주자로서 임팩트나 카리스마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이 유능하고 소통하고 화합하는 쪽으로 가지 않겠나. 소통·화합·유능 이런 부분을 정의롭게 끌고 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리라 본다. 정 총리를 두고 임팩트가 없다는 얘기를 하는데 정 총리는 겉이 아니라 속에 강한 임팩트가 있는 외유내강형이다. 말로만 사이다 발언 못 할 사람이 어딨나. 지도자는 그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은 지난 연말 총리로 지명되기 전 자신의 거취에 대해 “할 일이 더 있다”며 종로 출마를 염두에 뒀었다. 그의 ‘할 일’이란 의원 한 번 더 하는 게 아니다. 오랫동안 지녀왔던 대권의 꿈을 위해 한 번 더 나서겠다는 거였다. 그랬던 그가 총리가 된 후 꿈을 바꿨을 리 없다. ‘코로나 총리’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면서도 ‘합법적인 대선 행보’라 할 수 있는 ‘목요 대화’는 놓지 않았다. 목요 대화는 기후변화·일자리·코로나 등 현안 해결과 미래 준비를 위한 소통 행사다. 모두 22차례 열렸고 참석 인원이 200명이 넘는다. 최근 부산을 찾아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 “부·울·경의 간절한 열망이 외면받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의 역할을 다하겠다”며 영남표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그러자 신공항 지지파인 이낙연과 주도권 경쟁에 나섰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런 정세균이 출마할 경우 과연 파급력은 있을까. 586의 한 중진 의원은 “정 총리가 국회의장이나 당 대표를 거쳤지만, 대선주자로서 주목을 못 받았는데 총리는 다르다. 이낙연 전 총리도 저렇게 될 줄 누가 알았나”라고 했다. 그는 이어 “지금 스타일로 보면 약하지만, 마지막 결심을 했을 때의 파괴력은 가봐야 안다”며 “이낙연 대표의 페이스가 계속 떨어진다면 호남 대망론의 대체재가 될 수도 있고 그런 가운데서 대선판이 풍성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중진 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안정감을 주는 이미지인지는 모르지만 앞서간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며 “스타일이 구식이고 이 시대의 정치문화를 잘 못 읽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흔들린다고 기회가 갈까 싶다. 정세균의 리더십과 비전으로 우리 당의 핵심 지지세력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낙연·이재명 측 인사들은 더 박하게 평가했다. “정 총리는 당내에서는 그의 존재감을 인정해주는 측면이 있지만, 대외적으로, 국민이 보기에는 별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게 정세균의 한계”라거나 “이미 대선에 도전했지만, 지지율이 낮게 나오지 않았느냐. 또 지나치게 신중하다. 나오더라도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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